공공감사의 역할과 방법론, 발전 방향을 제시한 ‘공공감사의 교과서’
『공공감사-성과감사의 역할과 방법론』은 존 번 경(Sir John Bourn)이 저술한 『Public Sector Auditing-Is it value for money?』(2007)를 완역한 것이다. 존 번 경은 공공감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서, 이 책은 그가 20여 년간 영국 감사원장으로 재임하고 여러 국제기구의 중심인물로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과 시행착오, 방법론을 집대성한 역작이다. 특히 ‘공공감사는 과연 재정가치(Value for Money, VFM)가 있는가?’라는 원서의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공공감사가 재정가치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방대한 자료와 사례 분석을 통해 공공감사가 효과적이려면, 그리고 그 자체로 VFM을 가지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공공 부문 감사인이 모든 시민을 위해 효과적인 민주 정부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조명해준다.
시민의 이익을 위한 공공감사 - 공공 서비스와 관료제에 관한 치밀한 분석과 비판
이 책은 공공서비스의 수혜자이자 세금 납부자인 시민의 이익을 위해 공공서비스와 관료제의 지속적인 개선을 지원하고 장려할 수 있는 공공감사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논의를 14개의 챕터로 나누어 제시한다. 우선 제1장은 감사인의 활동을 규정하기 위해 현대 공공행정의 주요 특징과 성과감사(VFM Audit)를 개론한 후 이 책의 주요 논의를 소개하고 있다. 제2장은 관료제적 절차가 어떻게 공공서비스 목표 달성을 저해하고 있는지를 다루면서 그 이유를 분석하고, 제3장은 전통적인 공공감사의 성공과 실패를 다룬다. 제4장에서는 비용편익 및 비용효과성 접근방법에 기초한 감사 결과 권고안을 정부가 대부분 수용하지만 공무원의 행동양식에 변화를 가져오는 데는 왜 대부분 실패하는지 그 이유를 분석한다. 제5장과 제6장에서는 관료제의 대안으로서 민영화(privatization)와 민관협력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 방식이 갖는 타당성과 시사점, 그리고 공공서비스 형태에 대한 기존의 견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설명한다.
제7장에서는 더 많은 규칙과 규정을 만들고자 하는 관료제적 경향이 갖는 폐해에 대해 논의하며, 제8장은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감사 문제를 다룬다. 제9장에서는 공공 부문의 리스크 관리가 갖는 의미와 관련성에 대해 논의한 후, 관료제는 리스크에 대해 보수적(risk averse)이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오히려 리스크에 무지한(risk ignorant) 상태일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제10장에서는 부정과 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높은 기준의 중요성에 초점을 두고, 참여자가 다원화되는 변화하는 공공 부문에서 점점 복잡한 양상을 띠는 부정과 부패 문제가 어떻게 여전히 중요성을 갖는지 살펴본다. 제11장은 프로젝트 및 프로그램 관리기법의 적용에 관해 다루며, 제12장은 성과 측정이 서비스 전달의 개선을 방해하지 않고 촉진할 수 있는 실무적 방안에 대해 다룬다. 제13장에서는 외부감사인이 관료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감사 업무 조직 방안을 살펴본다. 끝으로 제14장에서는 이 책의 주장을 요약 정리한 후, 공공서비스 전달의 본질이 계속 변화함에 따라 외부감사에 주는 시사점을 조명한다. 부록에는 영국 감사원이 VFM 연구를 수행할 때 사용하는 방법론을 실었다.
코치와 멘토로서의 감사인
이러한 논의를 통해 드러나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명료하다. 공공 부문의 축은 관료제이다. 그런데 관료제는 내부 지향적이어서 관료들은 조직의 ‘바깥’보다는 ‘안’쪽을 챙긴다. 관료들은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 하지만 때로는 무지하며, 그래서 용감하게도 실패와 손실을 빚어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존 번 경은 결국은 관료들이 책임 있고 자신 있게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관료제를 변화시키는 데, 그리고 새로운 제도들이 자리 잡고 성과를 이루는 데 감사기구와 감사인의 역할이 중요하며 바뀌어야 한다고 시종일관 강조한다. 비판자나 고발자가 아니라 코치나 멘토(coach and mentor)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어판인 본서는 감사원에서 오랜 기간 감사 실무와 연구, 국제 협력 분야에 종사했던 두 명의 전문가가 번역을 맡음으로써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고 보완하는 것은 물론, 공공감사의 역할과 변화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저자의 메시지를 더욱 충실히 전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