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
체코의 국민작가인 카렐 차페크의 첫 번째 장편소설 『절대제조공장』은 범신론에서 그 이야기를 출발시킨다. 세상의 모든 물질 속에는 신이 나타나 있는데, 물질을 완전히 연소시켜(혹은 분리시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카뷰레터의 등장으로 인해 그 물질 속에 갇혀 있던 비물질인 신(절대)이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절대’는 획기적 에너지생산 장치인 카뷰레터의 보급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고 사람들은 그를 ‘절대’로 따르게 된다. 그러나 이쪽의 ‘절대’와 저쪽의 ‘절대’가 서로 다르기에, 즉 서로 다른 ‘절대’를 믿고 있기에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그것이 결국은 전 지구적인 전쟁으로 번지게 된다.
카렐 차페크는 종교적 범위에서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으나 그 ‘절대’를 사람들 각자의 ‘신념’, ‘이념’, ‘믿음’이라는 말로 바꾸어도 이야기에는 커다란 변함이 없다. 자신의 신념만이 절대 옳다는 생각, 자신의 이념만이 절대 진리라는 생각, 자신의 믿음만이 절대 선이라는 생각. 그러나 여기에는 이런 ‘절대’를 믿는 사람이 있고, 저기에는 저런 ‘절대’를 믿는 사람이 있다. 우리들의 길만이 ‘절대’라는 믿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분쟁들. 카렐 차페크는 이 소설을 통해서 종교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문화 모든 방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들의 광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제시한다. 그는 작품 속에서 “누군가가 가진 믿음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그만큼 더 격렬하게 경멸하게 돼. 하지만 가장 커다란 믿음은 인간에 대한 믿음일 거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자신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요리법으로 요리한 양배추를 먹어보겠다고 말하는 신부님의 모습은 매우 상징적이다.
자칫 심각해지기 쉬운 이러한 이야기들을 카렐 차페크는 특유의 유머를 담아 아주 가벼운 터치로 묘사해나간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모두 매우 비유적이고 상징적이어서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럽게 여겨지기까지 하나, 그 하나하나가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의미들을 생각하며 차근차근 읽어주셨으면 한다. 그러면 이념의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해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제에 대한 답도. 우리들이 믿고 있는 ‘절대’는 정말로 절대적인 존재이기에 우리에게 절대력을 행사하는 것일까? 혹시 그 ‘절대’는 우리 인간이 형체도 없는 그 무엇인가에 부여한 ‘절대’가 아닐까? 인간 스스로가 부여한 ‘절대’이기에 그 ‘절대’에 대한 부정은 자신에 대한 부정이 될 터이니, 그래서 그토록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절대’를 지키려 하는 것 아닐까? 나의 ‘절대’는 절대적인 ‘절대’인 걸까?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차렐 차페크의 형이자 작가, 삽화가로도 유명한 요제프 차페크의 삽화도 함께 수록했다. 더불어 감상하며 책 읽는 재미를 더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