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대항해 시대
2022년은 한국의 ‘우주 원년’이라고 할 만하다. 6월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에 이어 12월에는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세계 7번째로 달 궤도에 진입했다. 2023년 5월에는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했고, 한국의 우주 개발을 총지휘할 우주항공청 설립에도 착수했다.
금세기 우주 개발은 전통적 우주 강국이나 특정 대륙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주 개척의 범위도 달을 넘어 화성과 소행성 등 심우주까지 대폭 확장된 모습이다. 스페이스X를 필두로 한 다수의 민간 우주기업이 국가와 경쟁하는 새로운 양상도 보인다. 국가와 국가, 국가와 민간 간의 복합적이고 치열한 우주 각축전을 15~18세기 ‘바다의 대항해 시대’에 빗대어 ‘우주 대항해 시대’라 부를 정도다.
천문의 새벽, 그리고 한자
동양 천문은 근세 이후 주류 학문과 사실상 단절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관련 서적도 극소수 전문서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다 호기심이 생겨도 해독하기 어려운 한문 원전과 개념 파악이 쉽지 않은 천문 용어 등이 호기심의 불꽃을 꺼버리고 만다. ‘우주 대항해 시대’의 개막으로 천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때 동양 천문 관련 서적이 출판된다면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면서 동양 천문에 대한 잊혀진 인식을 새롭게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동양 천문은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기 전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서양 천문을 압도했었으나,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자의 기원과 관련, 동양의 문자는 사람과의 소통을 우선한 것이 아니라 신과의 대화를 위해 창조되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자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상(商)대 갑골문자는 신에게 미래와 길흉을 묻는 용도였다. 신에 대한 물음을 위해 문자가 창조됐던 만큼 한자의 기원은 천문과 관련된 것이 상당수라고 할 수 있다. 동양 천문 내용을 기술하면서 천문과 관련한 한자의 기원을 같이 언급한다면 천문 개념을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한자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천문과 한자를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동양학의 핵심 문화 코드를 폭넓게 이해하는 망외의 소득도 거둘 수 있다.
우주 팬덤의 확산에 동양 천문으로 답하다
앞으로 우주 진출은 4차 산업과 맞물리는 신성장 동력은 물론 인류의 미래 생존과 직결되면서 ‘우주’라는 주제는 전인류적 팬덤(fandom)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에 발맞춰 옛날 동양은 천문학을 어떻게 발전시켰고, 서양 천문과 어떻게 다르며, 장단점은 무엇이고, 우주 개발 시대 동양 천문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설명하는 대중적인 서적의 등장은 반가움을 넘어 소중하기까지 하다.
별자리 이야기를 비롯한 천체물리 이론이 모두 서양에서 비롯된 탓에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일반 인식은 서양 일변도인 것이 현실이다. 〈인터스텔라〉, 〈마션〉, 〈그래비티〉 등 우주 영화마저 서양의 하늘을 우리 머릿속에 심어놓았다. 하늘에 대한 서양적 편식(偏食)이다. 하지만 이 책의 출간으로 동서양 천문에 대한 인식 차이 극복에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다. “작은 발걸음이지만 위대한 도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