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이방원과 업동이의 신분을 뛰어넘은 지란지교로 시작한 『나랏말ᄊᆞ미 듕귁에 달아』는 2권에서 정전당 당수가 된 임꺽정, 인종(이호)의 느닷없는 죽음과 두 차례의 사화를 시작으로 조선 순조 대의 홍경래의 난을 거쳐 한글을 나라의 공식 글자로 선포하고 1813년에 마침내 민주공화국을 세우기까지 약 450년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작가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19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금속활자가 40만 개가 남아 있을 정도로 출판혁명과 정보혁명을 위한 기본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유럽처럼 상업화되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런 인쇄 인프라와 평등 문자인 한글의 대중화가 만났을 때 조선의 역사는 다시 쓰여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나랏말ᄊᆞ미 듕귁에 달아』는 “만약 인류의 지난 역사가 기존 사실과 다르게 전개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대체역사소설’이다. 그렇다 보니 역사적 인물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나 평가와는 다른 점들도 많고, 기존의 역사와 달리 전개된다.
작가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한글’이기에 평등 문자인 한글의 입장에서 사람과 사건을 바라보고 서술했다며 “한글의 관점에서 상상력을 동원하다 보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과 변형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조선 시대의 3대 의적으로 꼽히는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이 활빈당과 정전당의 당수로서 봉기를 이끌면서 경장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든지, 보우와 정난정의 관계, 선조, 민본원의 존재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사회 변혁을 이끄는 세력이 존재했더라면 우리 근대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는 조선의 새 역사!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고 하지만, 사대에 찌든 기득권층의 반발로 한글 보급 속도가 지지부진하지 않았더라면, 그리하여 백성들의 의식이 더 일찍 깨고 신분 질서와 폐습이 일찍 혁파되었더라면, 그리고 사회 변혁을 조직적으로 이끄는 세력이 존재했더라면 우리 근대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는 조선의 새 역사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