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호기심이 미술관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이 책은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나도 나도 궁금했어!”라는 작은 탄성을 지르게 한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 새롭고 신기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어떨 때는 “흠, 그랬단 말이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전시를 보러 가면 일정한 간격으로 눈높이에 하나씩 걸려 있는 작품들이 원래부터 그렇게 걸렸던 것처럼 당연시 여기지만 애초에 미술관에서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빼곡하게 작품을 걸었다는 사실. 이른바 "살롱 걸기"이다.
미술관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을 갖춘 건 과학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인 듯하지만 실상은 전쟁이 계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의 대공습을 피해 런던의 내셔널갤러리가 마노드 채석장으로 작품을 옮기면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작품을 덜 손상시킨다는 교훈을 얻었던 것.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은 방금 조각한 듯 희고 깨끗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대중에게 선보인 건 겨우 20년 전 〈다비드〉 상이 제작된 지 어언 5백 년 만에 장장 일 년에 걸쳐 대청소를 했기 때문이다. 요즘도 두 달에 한 번씩 먼지를 털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오르세 미술관이 원래 기차역이었고 테이트 모던이 발전소였다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영국이 자랑하는 명화를 전시하는 테이트 브리튼이 과거에 감옥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것도 수감자를 미치게 만드는 악명 높은 밀뱅크 감옥이 있었다는 사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얼굴이라 할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늘 그 자리에 브라운관을 켜고 있는 것 같지만, 2016년에 가동이 중단되어 2022년 재가동되기 전까지 장장 6년 동안 불이 꺼진 상태로 있었다. 과연 〈다다익선〉은 언제까지 지금 모습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인쇄되던 2024년 1월 29일, 프랑스의 농업정책 관련 시위대가 루브르의 〈모나리자〉에 수프를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책에서는 최근 몇 년간 세상을 놀라게 한 시위들이 미술관의 작품을 볼모로 삼은 사례를 소개한다. 2022년에는 내셔널갤러리에 전시 중인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토마토 통조림 세례를 당했다. 왜 다빈치와 고흐의 작품이 시위의 표적이 되는 걸까?
“책을 쓰면서 던진 질문들이 다 미술관의 매력 포인트가 되어 돌아왔다. 작품 옆에 붙은 라벨을 한결 다정하게 살펴보게 됐고, 작품을 보고 나면 고개를 젖혀 천장의 조명을 보고, 그 조명의 각도를 조정했을 누군가를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을 통해 미술관을 구석구석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좋겠다. “가고 싶다, 미술관!”이라고 외치며 책장을 덮는 당신을 그려본다.”(11쪽)
이 책을 읽고 나면, 미술관에 놓여 있는 은색 소화기 하나조차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미술관 바닥을 보면서 이곳을 청소했을 누군가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미술관이 이처럼 깨끗한 이유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이유가, 관람자인 우리보다 먼저 작품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야릇한 웃음이 지어질지도 모른다. 미술관의 주인은 결국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