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제국주의 세력이 동아시아 지역으로까지 향하던 19세기 말 조선은 아시아 대륙 진출을 꾀하던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는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조약으로 이후 미국, 영국, 독일 등과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다. 이로써 조선은 외견상 독립주권국의 국제적 지위를 유지하였으나, 열강들의 정치적 압력과 경제적 착취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영토 확장에 나선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대만, 사할린, 조선을 강탈하고 중국 전역으로 야욕을 확대해 나갔다. 일본이 주변국을 침탈하고 있을 때 유럽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파리평화회의에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천명됨에 따라 제국의 식민 지배를 받던 민족들의 독립 의지가 크게 표출되었으나, 국제연맹 가맹국의 기존 식민지 지역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규약 때문에 우리는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일본은 영토 확장을 멈추지 않았다. 또다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종전 후 1951년 일본과 연합국이 맺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은 독일과 이탈리아가 징벌적 성격의 조약을 맺은 것과 달리 일본의 전쟁책임, 영토, 배상 등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세계가 미국과 소련 중심의 양 진영이 대립하는 냉전 상태가 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일본을 중시한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독립 후에도 분단국이 되고 전쟁까지 치를 만큼 19세기 말 이후 20세기 중반까지 한반도는 열강들의 이권과 국제 정세의 변화에 영향을 받으며 격랑의 시대를 보내게 되었다.
『한미일중 100년 Ⅰ: 일본 제국주의와 냉전(1870-1970)』은 국제관계에서 양자 혹은 다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 회담과 조약 등이 당대는 물론 후대에까지 자국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줌으로써, 국제사회의 변화와 흐름 파악 및 현명한 정치·외교적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고 있다.
※ 「한미일중 100년」 컨퍼런스 내용은 최종현학술원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어 있다.
(https://www.youtube.com/@cheyinstit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