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책 사이에서 동시를 만나다
한권의 동시집을 펴낼 땐 적게는 40편, 많게는 60편의 동시를 수록한다.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진 동시들은 어떤 질서들로 엮여 있다. 평론가는 그 질서들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평론가가 찾아내는 동시들 사이의 질서는 시인이 의도한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 질서의 정립은 오롯이 평론가의 몫이다.
이도환 평론가는 신작 평론집 『그 사이에 동시가 있다』에 동시집에서 찾아낸 새로운 질서를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시집 한 권이 아니라, 두 권 혹은 세 권의 동시집 사이에 존재하는 동일한 질서를 추출해 내고 있다. 동시집의 비교 분석을 기본 구조로 하는 이 평론들은 작품을 분석하는 도구 측면에서도 매우 특이하다. 공자와 맹자, 노자와 장자 등 다양한 동양고전 사상이 동시 분석에 사용된다. 제자백가의 사상에서 성리학에 이르기까지 동양고전 사상의 포인트들이 동시와 만나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세계관을 그려낸다.
그런 면에서 이도환 작가의 평론집은 ‘평론은 창작이다’라는 일반 명제에 어떤 책보다 더 충실한 책이다. 작가의 평론을 만난 동시집, 동시 작품들은 그래서 행운이다. 두 번 태어나기 때문이다.
동시집과 동시집 사이, 작품과 작품 사이, 평론과 평론 사이에서 동시를 만날 수 있는 책, 어른들에게 ‘동시를 이렇게 읽을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특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