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주는 사랑의 울림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3년 전,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글을 쓰기 위해서 동아리를 만들었다. 매주 모여서 정해진 시간 동안 자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본인이 쓴 글을 자기 목소리로 읽고, 그림책에 녹아든 자기 삶을 글로 나누었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소통과 공감에 박수를 치기도 하고, 서로의 참신한 시각과 솔직한 글에 놀라며, 살아온 결이 비슷한 분을 만나면 반가워하기도 했다. 상황과 처지를 해석하는 지혜를 배우며 점차 가까운 글 친구가 되었다.
교사라는 직업의 영향이었을까? "기-승-전-아이들"이라는 동질감과 연민의 정을 나누며, 그림책을 가운데 두고 글과 삶을 나누었다. 함께 읽은 그림책이 100여 권이 되었고, 그들의 글도 읽은 책의 다섯 배만큼 쌓였다.
그림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다섯 선생님에게 청량한 숨이 되었고, 바쁜 일상에 쉼표가 되었다. 3년 동안 다섯 명의 삶에도 흔들릴 일이 많았고,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이 오갔지만, 그림책을 읽고 글꽃을 피운 덕분에 마음의 근육이 튼튼해지고, 치유의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사랑과 희망을 키워가는 시간이었다. 과거의 후회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림책은 숨쉬기 어려운 누군가에게 숨이 되어 주었고,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한 끼 밥이 되기도 했다. 그림책을 통해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웃기도 울기도 했다. 늘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어 버렸다.
『어떤 그림책, 어떤 쉼』에는 다섯 명의 작가, 다섯 명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그림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 시간 동안 받은 여러 가지 감정과 감동, 이해와 위안을 담고 있다. 그리고 작가들이 느낀 풍부한 감정적 경험과 위안이 어느 누군가에도 닿기를 소망한다.
잠깐의 숨, 한 끼의 밥, 어떤 쉼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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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밤마다 100여 권의 그림책으로 글꽃을 피우다
다시 나를 만나다-김혜숙
함께 가자, 먼 길-박두선
나는 내가 키운다-이혜진
안녕하세요-임정화
사랑하니까 살아내는 거야-조수연
나는 마음이다. 사람들은 나를 가지고 요리조리 한다. 뒤집기도 하고 들들 볶다가 마주 뒤섞기도 한다. 바싹 졸이는가 하면 엄청 뜨겁게 데웠다가 아주 차갑게 얼리기도 한다. 스르르 녹일 때도 있고 때로는 새까맣게 태우기도 한다. 이럴 땐 미련 없이 버리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돼.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세상 사는 맛이 달라진다.
김혜숙-다시 나를 만나다 中에서
작가는 크레파스에 인격을 부여하고 재능과 성격을 부여한다. 이야기가 쉬워 처음 단체 생활을 처음하는 유아나 초등 저학년생에게 읽어 주면 좋은 책이다. 까만 크레파스인 까망이는 소위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게 되는데, 그 곁엔 든든한 샤프형이 있다.
박두선-함께 가자, 먼 길 中에서
꼬마 해바라기가 잎을 파닥이면서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는 것은 그 속에 내가 보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까지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받았다. 살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쉼 없이 파닥파닥 날갯짓하는 지난날 나의 모습이었다.
이혜진-나는 내가 키운다 中에서
초록은 시작이다. 흙무더기 틈을 비집고 싹이 나고 잎이 돋으며 새로운 생명이 자란다. 초록이 짙어지면 꽃이 피고, 초록을 바탕으로 꽃 색이 더 어여쁘게 보인다.
초록은 편안함이다. 청보리밭의 넘실대는 초록 물결이 푸른 바다 못지않게 속 시원한 위안을 선사한다.
임정화-안녕하세요 中에서
고향에는 다른 가치에 함몰되지 않은 오롯한 자신의 삶과 이야기가 남아있다. 거기에는 젊은 어버이와 어린 형제자매와의 추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 만날 수 없다. 저마다의 고향 이야기를 나누거나 작가처럼 자기 고향 이야기를 쓰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자기도 몰랐던 수몰된 기억이 무수히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
조수연-사랑하니까 살아내는 거야 中에서
이제부터는 지금, 여기에 있는 나로 살아보자
『어떤 그림책, 어떤 쉼』에는 65권의 그림책이 소개되고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가진 이야기가 펼쳐진다. 좋은 그림책을 알게 되는 기회를 가지는 동시에 그림책을 대하는 태도도 배우게 된다. 그림책마다 녹아있는 선생님들의 삶과 감정은 따뜻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림책을 매개로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나를 찾아 가게 만들어 준다. 이미 어른이지만 아직도 ‘나’를 알지 못한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해서 내 안에 있는 것을 찾아 보고 싶다.”
“내가 있는 바로 이곳! 지금, 이 순간!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사실은 항상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