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을 주목한 것은 두 분이 모두 근현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고승이자 스승(한암)과 제자(탄허)사이였으며, 학술적으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탄허 스님이 21세까지 유교의 진수를 터득하고 도가를 섭렵하며 훌륭한 스승을 찾아다니다 연결된 것이 한암 스님이었다. 탄허 스님은 한암 스님과 3년에 걸친 편지 왕래 끝에 1934년에 입산 출가하였고, 17년간 상원사에서 한암 스님 아래에서 『화엄경』을 비롯한 내·외전 일체를 공부하였다. 탄허스님의 삼교합일론은 한암 스님과 무관하지 않았다.
● 스승 한암선사
한암 스님은 돈오점수의 참선 중시와 선교(禪敎) 합일을 추구했다. 1926~1951년까지 두문불출, 오대산을 나가지 않았으며, 국군의 상원사 소각을 저지한 고승이다.
그간의 한암선사에 대한 연구가 좀 피상적이었다면 이원석 선생의 연구는 매우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테면 지금까지 한암선사에 대한 출가 연도는 22세 설이었으나, 저자는 치밀한 자료 고증을 거쳐서 출가 연도를 19세라고 논증했고(1부-1, 한암의 출가 과정과 구도적 출가관), 또 한암선사가 봉은사에서 상원사 이거(移居)한 시기에 대해서도 종전의 1925년 설보다는 한 해 뒤인 1926년 봄임을 고증했다. 그 밖에도 종래의 설에 대한 많은 재검토가 이루어졌는데, 단순한 주장이 아니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서 얻어진 고찰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암 연구의 필독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제자 탄허스님
탄허선사는 현대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고승으로 유불도(儒佛道) 삼교와 동양학에 능통했으며, 불교경전 번역과 인재 양성에 생애를 바친 고승이다. 생애의 많은 시간을 승가 교육에 매진했으며, 특히 승속을 구분하지 않고 훌륭한 인재 양성에 힘썼다. 또 깊은 예지와 통찰력으로 한국의 미래를 조망했는데, 장래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탄허스님의 사상적 특징은 동양의 여러 사상의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불교의 화엄사상과 유가(儒家)의 주역(周易), 그리고 노장사상을 통합하여 불교로 귀일(歸一)시킨 점이다. 또 동양의 유불선(儒佛仙) 삼교를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관을 정립하였는데 시대에 맞는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여 불교와 한국 사회, 더 나아가 전 인류에게 불타의 자비와 공자의 인의(仁義)에 의한 인격 형성에 몰두하였다. (참고로 이 책가운데 관련 논문은 Ⅲ. 탄허의 학술과 회통론과 Ⅳ. 탄허의 유가적 경세사상에 해당한다.)
탄허스님의 업적 가운데서도 가장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은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이다. 『신화엄경합론』은 『화엄경』 80권과 그 해설서인 『화엄론』 40권, 그리고 주석서인 『화엄경소초』 150권 등 무려 250권이나 되는 방대한 자료를 번역, 간행(1975년)하였는데, 화엄학의 3대 고전을 집대성시킨 것으로 한 사람의 업적으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최대라고 평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밖에 전통 강원 교재인 사교(四敎. 『능엄경』, 『대승기신론』, 『금강경』, 『원각경』), 그리고 사집(四集), 『육조단경』, 『보조법어』, 『영가집』 등을 우리말로 완역 간행하여 승가 교육과 인재 양성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또 동양학의 중요한 고전인 『주역선해』, 『노자』, 『장자』 등을 완역 간행하였다.
이 두 고승은 오대산을 상징하며 그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학술사나 유학과 불교의 비교사적 관점에서 탄허 스님의 삼교합일론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다. 또한 탄허 스님의 학술과 사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불교적 시각만으로 불가능하고, 도가와 함께 유가적 접근도 필요하였고 탄허 스님의 삼교합일과 회통론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은사인 한암스님(1876~1951)에 대한 연구로 이행되었다.
이 책은 두 고승에 대한 많은 연구 가운데서도 심도 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두 고승의 생애 고증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것은 저자 이원석 교수가 인물사를 전공하는 학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연구자의 전공답게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두 고승의 생애를 고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