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마을 공동체를 소환한 변두리 마을
‘함께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다
“이 마을은 없는 게 많다. 소아과나 치과, 문방구가 없고 다른 동네에서는 너무 많아 심란하다는 프랜차이즈 마트나 빵집도 없다. 이름은 ‘25시 편의점’이지만 밤 열 시면 문을 닫는 편의점이 하나씩 있을 뿐이었다.”
불편할 것 같지만, 이 마을 사람들 나름의 해결책이 있다. 이곳에서는 마트가 아니라 이웃에게 들기름과 꿀을 사고, 주민센터가 아니라 이웃에게 퀼트와 프랑스어를 배운다. 문방구가 없어도 걱정이 없다.
변두리 마을은 삶을 채우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넓은 집이나 좋은 차, 남부럽지 않은 성공이나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힘들 때 곁을 지켜 주고, 멈춰 서 있을 때 기다려 주며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웃어 주는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도시화된 사회에서 생활의 터전을 일구고 이웃의 경조사에 손을 보태며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마을 공동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 아주 먼 시골에나 남아있는 옛이야기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어쩌면 새로운 방식으로 마을을 이룬 공동체가 여전히 희망처럼 남아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대안이 바로 그 속의 사람들에게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책장을 펼치고 어쩌면 당신 곁에 있을지도 모르는 변두리 마을을 만나보시길, 그리하여 당신 또한 ‘따스한 숯덩이 같은 이웃의 존재를 믿게 되길’ 바란다.
자연 속 전원 주택으로 이사한다고 과연 행복해질까?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변두리 마을
‘피로사회’ 경쟁과 고속성장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워라벨’을 꿈꾸며 대안을 찾아 떠나고 있다. 그러나 경쟁적인 도시를 떠나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자 한들, 한적한 시골의 전원생활이 정말 우리 인생에 행복을 가져다 줄까?
저자는 말한다. ‘마을’은 ‘집’이 아니며, 시골에서의 삶은 예측을 벗어나는 일 투성이라고. 많은 이들 또한 의문을 갖고 있다. “마트나 큰 병원이 없는데 괜찮을까?”, “작은 학교가 아이에게 좋을까?”, “시골은 텃새가 심하다던데?”에서 시작해 “정말로 그곳에서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직장을 관두고 다른 일을 시작해도 될까?”까지.
이 책은 저자가 서울 근교의 변두리 마을에서 겪은 시골살이와,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의 삶, 그리고 이곳에 흐르는 반자본의 정서에 대한 이야기다. 이곳에서 보낸 4년의 경험은 마트와 병원이 없는 삶에 대한 현실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책은 실패를 딛고 마을에서 새 삶을 찾는 과정을 통해 노동과 자본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글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삶의 대안이, 마음의 평안과 행복이 그림책에 나올 법한 마당 딸린 전원주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마주하며 웃는 사람들, 함께 부대끼고 살아가는 관계들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변두리 마을에서 깨닫는다. 그리하여 마을과 이웃이 손에 잡히는 확실한 행복을 줄 수 있음과, 자본보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마을 이웃과 신나게 수다를 풀어놓듯 때론 재치 있게 때론 솔직하게 독자를 웃겼다 울린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잠시 변두리 마을에 살다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