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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건 그냥 보통 동생
우리는 규칙으로 둘러싸인 세상에 살고 있다. 규칙의 사전적 정의는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이다. 그런데 여기,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규칙이 있다. 열두 살 캐서린이 여덟 살 동생 데이비드를 위해 만든 아주 특별한 규칙, ‘늦는다고 안 오는 건 아니다. 엄마는 껴안아도 되지만 비디오 가게 직원은 안 된다. 변기 물을 내린다!……’.
많은 아이가 규칙으로 여기지도 않는 당연한 일을 캐서린이 나서서 일일이 가르쳐 줘야 하는 이유는 데이비드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 말고는 다른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캐서린은 가끔 어느 날 아침 데이비드가 평범한 동생으로 변신해 깨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데이비드에게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반쪽짜리 세상을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기
캐서린은 데이비드가 다니는 병원에서 다양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 늘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의사소통용 책의 낱말 카드로만 대화하는 또래 아이 제이슨이 눈에 들어온다. 온통 고리타분한 단어에 흑백 그림밖에 없는 제이슨의 낱말 카드가 신경 쓰여서, 캐서린은 자신의 그림 실력을 발휘해 새로운 낱말 카드를 만들어 주기로 한다. ‘대박!’이나 ‘진짜 구려!!!’와 같은, 제이슨의 엄마라면 절대로 만들어 주지 않을 말들로 카드를 만들면서 캐서린은 제이슨이 속한 세상으로 성큼 들어간다. 마치 동생 데이비드의 세상처럼 남들과는 다른 세상, 두 다리로 달리는 꿈을 꾸어도 그게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는 세상, 소리가 들리지만 말은 할 수 없는 제이슨만의 세상 속으로.
동시에 어느 날 갑자기 옆집 친구가 된 크리스티도 신경이 쓰인다. 윤기 있는 갈색 생머리에 해진 청바지와 티셔츠만 입고도 온몸으로 매력을 뿜어내는 아이 크리스티는 캐서린이 오랜 시간 바랐던 단짝 친구 모습 그대로다. 그러나 이상하게 크리스티에게만은 동생이나 제이슨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가 없다. 말하지 않는 것과 거짓말은 다르니까, 캐서린은 크리스티에게 제이슨의 장애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결국 캐서린과 함께 있는 제이슨을 크리스티가 보게 되었고, 캐서린은 친구들에게 변명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지금껏 동생 데이비드가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방해한다고만 여겼는데, 정작 커다란 문제를 만든 건 자기 자신이었다.
사랑에도 규칙이 있다면
이 책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장애를 이야기하는 곳곳에 작가의 삶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 신시아 로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가족 중 누군가가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통의 가족과 마찬가지로 웃음이 나는 일도 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도 있고, 실망스러운 일도 있고, 좌절감이 들 때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저마다 특별한 만큼 평범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캐서린이 만든 규칙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생 데이비드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데이비드가 장애와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 그리하여 긴 인생의 길을 혼자서도 씩씩하게 걸어가도록 곁에서 응원해 주기 위해. 그러니 캐서린이 만든 규칙을 동생을 향한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데이비드를 향한 캐서린의 따스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장애와 동행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편견을 돌아보게 된다. 자폐는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 방식 중 하나다. 흔히 ‘자폐증’으로 불리던 명칭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바뀌게 된 까닭도 그러한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그러니 이제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구분 짓기보다 삶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아이들은 나빠서가 아니라 몰라서 사회적 약자를 예의 없이 대할지도 모른다. ‘지역 사회와 학교에서 장애인을 만날 때 두려움은 줄이고 이해심은 키우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데이비드와 제이슨을 만난 어린이 독자라면 적어도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따가운 시선을 던지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