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소설)적 성격과 철학적 성격이 혼융된 자연 에세이(문학). 어느 괴짜 예술가의 인생 회고록이자 치유력 넘치는 명상적인 산문. 괴짜다운 삶의 궤적, 시적이고 유려한 문장, 폐부를 찌르는 지혜가 특색이다. 화가, 작가, 정원사인 저자는 정원을 주제 삼아 가정 폭력에 시달렸던 유년기부터 오늘의 자족하는 삶까지 자신이 걸어온 인생길을 때로는 시적인 언어로, 때로는 담담한 어조로 들려준다. 책의 홀수 장(봄비)에서는 소년 시절 이야기가, 짝수 장(정원사)에서는 현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홀수 장에서 저자는 어린 시절 겪은 어둠과 자연(정원)과의 인연을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기쁘게 회고하며 어린이와 어린 시절에 대한 사색을 들려준다. 한편, 짝수 장에서 독자는 노년기에 이른 저자의 정원 가꾸는 나날을 접하는 가운데 식물과 동물과 정원, 야생과 자연, 치유와 명상, 선과 예술, 단순한 삶과 뿌리내린 삶, 자족과 행복, 가족과 인생에 관한 놀라운 통찰을 만나게 된다.
저자는 “내가 하는 일은 그저 우주가 예술작품을 만드는 동안 정원에서 노는 게 전부”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는 무엇을 하며 놀까? 그에 따르면, 그에게는 그림 그리기도, 글쓰기도 일종의 정원 가꾸기이다. 정원 가꾸기 자체가 일종의 명상이다. 자아를 놓아버리고, 자연처럼, 단순해지기라는 인생의 진짜 업무를 수행하느라 그는 오늘도 바쁘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기억의 매개체’이자 ‘경배의 장소’인 정원에의 초대장이다. 이 정원에 들어서면, 그가 살았고 기억해낸 상처투성이였던 삶의 이야기에,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그가 자연스럽게 체득한 지혜의 정수에, 자연과 삶에 대해 그가 드리는 경배의 의식에 동참하게 된다.
어린 시절과 노년 시절에 관한 두 가지 이야기 실이 교차되며 전체 28장으로 된 직물이 완성되고 있다. 홀수 장(봄비)과 짝수 장(정원사)이 교차되어 있는 책의 특성상, 우리는 세 가지 방식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다─(1)처음부터 끝까지의 방식. (2)홀수 장을 먼저 읽고 짝수 장을 읽는 방식. (3)짝수 장을 먼저 읽고 홀수 장을 읽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