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다른 표정의 바다를 만난다”
바다에 우리 인생을 새겨온 조탁(彫琢) 화가 김재신
쌓인 만큼 또 깎인 굴곡으로 역동적인 자연과 삶을 표현하다
목판에 겹겹이 쌓은 색을 조각하여 파도와 물결을 담아내는 ‘조탁(彫琢, JOTAK)’의 화가 김재신. 목판을 조각하여 빛의 일렁임으로 가득한 바다를 표현하는 것은 수개월이 걸리는 고단한 과정이다. 30여 년을 묵묵히 수천, 수만 번 색을 깎아 내는 작업을 통해 피어난 바다 윤슬은 찰나의 순간에도 수만 가지 색으로 찬란한 빛의 산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나의 그림은 나와 당신,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의 작품 속 바다는 작가의 유년은 물론 사람들의 삶을 품고 있다. 나전칠기 장인이었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성장한 어린 시절, 그의 일상에 늘 함께했던 자개의 찬란하게 반짝이던 빛, 나이 차 많이 나는 형과 낚시하러 간 바다에서 바라본 황금빛으로 빛나던 바다, 살아가며 경험한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의 따듯한 정. 그에게 바다는 그 시절을 향한 그리움이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버텨 준 가족의 사랑이며, 그가 세상을 향해 외치는 응원이자 위로이기도 하다. 때론 부딪히고, 비껴 지나가고, 소용돌이치고, 홀로 유유자적 흘러가지만 끝내 하나 되는 바다의 물결이야말로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 그렇기에 그가 담아낸 바다에는 늘 빛과 희망이 함께하고 있다. 많은 이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전한 김재신 화가의 작품들, 그 근간이 되는 화가의 생애를 이 책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