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기록에 담긴 맥락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 취향,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해가 생기면 배려도 가능해진다. 배려를 하면 다툼이 줄어들 것이다. 오해나 몰이해에서 비롯된 분쟁과 혐오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조금은 밝고 건강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카이빙 과정에서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단어는 가치, 맥락, 소통이다. 아무것이나 아카이빙 할 수도 없고 모든 것을 아카이빙 할 수도 없다. 해당 아카이브가 지향하는 가치를 정하고, 그것에 부합하는 기록을 아카이빙 해야 한다. 맥락을 확보하지 못한 기록은 공감하기 어렵다. 사진 한 장, 물건 하나에도 왜 이 기록이 가치가 있는지 정보를 함께 소개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가치 있는 기록을 맥락과 함께 소장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유하지 않는 기록은 아무 의미 없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때 그 기록은 살아 숨 쉬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아카이브’는 위로부터의 관리적 기록 영역을 넘어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민초들의 기록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아카이브’는 영구적인 보존 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그 기록물을 다루는 기관 또는 기구를 의미하는 용어이지만 일상과 공동체 삶의 흔적을 담고 있는 민간기록물은 공공기관의 기록물에 비해 생산환경, 생산방식, 생산자, 공유방식에 있어서 매우 다양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 기록에 담겨있는 의미와 가치 또한 공공기관과 민간영역은 사뭇 차이가 있다. 공공기관의 공적인 기록물도 중요하지만 풍부한 사람 관계를 담고 있는 민간기록 또한 소홀히 여길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문화자원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현대 기록관리의 서막을 열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민간영역에서도 아카이빙이 급속히 확산 되고 있다.
이 책은 이들 기록물을 어떻게 만들고 모을 것인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 특히 개인의 일상, 마을공동체로 대변되는 시민사회의 역동적인 활동 그리고 도시재생사업, 문화도시사업, 협치사업 등 공공기록관리법에서 담당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사회상을 담고 있는 중요기록물들을 어떻게 아카이빙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자 하였다. 또한 전근대 시기 찬란한 기록문화 제도와 전통을 보유했던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 전쟁과 분단, 권위주의 정권 시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잊고 있었던 기록관리 문화를 오늘날 되살리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도 함께 서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