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함과 멋짐 그리고 원생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으로 대변되는 유산에서부터 고통과 부끄러움으로 설명되는 유산에 이르기까지
2023년 9월 기준,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1199건에 이른다. 등재의 예비적 성격을 가지는 잠정목록(tentative lists)도 1750여 개소(우리나라 12건)에 이른다. 세계유산 역사의 출발점은 1972년 11월 파리에서 개최된 제17차 유네스코 총회다. 세계유산과 관련한 최초의 국제 협약인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이 채택된 것이다. 1978년에는 세계유산 엠블럼이 제정되었고, 12건의 세계유산이 최초 등재되었다.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1988년, 우리나라는 102번째 국가로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했다. 7년여의 시간이 흐른 후,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3건의 유산을 동시에 등재시키며 유산 보유국으로서의 역할을 본격화하였다.
한때는 마천루 건설 능력,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 등이 국가 수준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국가의 상징성과 문화와 환경적 권위를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유산의 양과 질적 수준에 따라 해당 국가의 위상이 결정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세계유산이 관광산업과 직결되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관심이 급증되고 있다.
세계유산 제도의 시행이 50년을 넘어서면서 시대의 걸작이나 국제적 수준의 상징성을 가지는 유산들의 양적 고갈 현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유산, 즉 유산 유형의 다양화를 유발함과 동시에 유산의 주제와 대상이 고대와 전근대 시대에서 근대기로 점차 이양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책에서는 세계유산의 탄생과 변천, 세계유산의 종류를 비롯해 세계유산의 다양한 사례를 설명한다. 각 이야기는 지난 50여 년간 세계유산 제도의 변천 가운데 탄생한 유산 개념과 관련 논점을 중심 주제로 삼았다. 관련된 세계유산 개념에 대한 이해와 함께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전 인류가 함께하는 세계유산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