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츠는 2007년 겨울부터 애양원, 손양원 목사 기념사업회, 그리고 지금은 작고하신 이광일 목사의 협조를 얻어 손양원 목사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손양원 목사는 일기, 편지, 설교대지(大旨), 예화 등 총 2,000여 쪽에 이르는 글을 남겼지만 그가 남긴 원고들은 깨알 같은 글씨로 썼거나 흘려 쓴 글들이어서 판독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친필 원고를 직접 읽어 낸 적은 거의 없었다. 또한 그가 남긴 글 대부분이 단편이거나 설교대지라는 점도 원자료의 편집을 더욱 어렵게 했다. 물론 단편적인 글들은 손양원 목사의 신앙과 사상을 함축적으로 보여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원자료 작업에 대한 몇 가지 연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손양원 목사가 남긴 2,000여 쪽의 글을 해제하고 일반인과 학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글을 선별하였다. 그리고 2008년 홍성사와 함께 협업하여 한글은 홍성사에서, 영어 번역본은 키아츠에서 발간했다. 그리고 그간의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반영해 이번에 내용을 보완하고 순서를 약간 변경해서 키아츠의 영성선집의 일환으로 새롭게 출간하게 되었다.
손양원 목사의 삶과 신앙은 전환기 한국 기독교에 좋은 모델과 도전이다. 손양원 목사가 고민하며 살았던 것처럼 우리도 복음의 핵심을 충실히 지키고 따르면서도 현실의 문제를 기피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손양원 목사는 사회운동가나 독립투사가 아니었다. 그는 복음의 핵심이 가르치는 바를 충실하게 따랐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환센병 환우들의 고름을 입으로 빨았고, 한국전쟁 당시 애양원에 남아 있는 환우들을 두고 자기만 피신할 수 없어 피난선에서 내려 자기를 기다리는 죽음의 장소로 묵묵히 걸어갔다. 그것은 마치 골고다로 걸어가는 예수의 모습과 같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한계를 신앙의 힘으로 뛰어넘어 자기 아들들을 죽인 사람을 용서하고 양아들로 삼았다.
오로지 신앙의 길만 고집했던 손양원 목사의 일생은 역설적으로 당대 한국 사회에 가장 첨예한 문제였던 일제의 억압, 그리고 분단과 분열의 상징인 남북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는 한 인간, 한 신앙인의 삶이었다. 그리고 손양원 목사의 뜨거운 신앙의 열정은 모든 시대적 문제를 초월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우뚝 솟아오르게 했다. 바로 이러한 깊고 무게 있는
신앙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그리고 지금도 복음의 핵심적 가르침이 세상을 바꾸고,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다는 확신을 준다. 그런 손양원 목사의 삶과 신앙을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
- 김재현 키아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