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12. 도깨비 잔치』 도서 소개
손때와 기억, 정이 만들어 낸 도깨비
사람이 오래 사용해서 손때와 정과 기억이 쌓이면 그 물건이 사람으로 변한다고 해요. 빗자루와 짚신, 비녀와 댕기, 망건, 뭐든 도깨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도깨비는 뿔도 달리고 온몸이 새빨간 무시무시한 모습이 아닙니다. 눈이나 코나 귀나 입이 좀 더 크거나 키가 작거나 클 뿐, 평범한 마을 사람들과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김 서방’이란 호칭으로 도깨비들을 부르곤 했습니다.
도깨비들은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고 다니며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요술을 부립니다. 메밀묵과 막걸리를 즐겨 먹고, 춤추고 노래하며 떠들썩하게 노는 것도 좋아합니다. 사람과 씨름하고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가 하면 사람들을 골탕 먹이거나 반대로 골탕을 먹기도 합니다. 도깨비란 존재는 우리 조상들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지요.
영리한 꾀로 도깨비를 물리친 부부와 쉽게 속아 넘어가는 도깨비들의 순수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도 있고, 잔치를 열다가 정체 모를 소리에 놀라 소중한 도깨비방망이도 두고 달아나는 도깨비들도 있고, 재치 있게 도깨비들을 고민도 해결하고 부자도 된 영감님과 욕심을 부리다가 고민이 두 배가 되어 버린 사람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람과 가깝게 어울리는 도깨비들의 이야기를 모은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12. 도깨비 잔치치』에서 우리는 순수하고 유쾌한 우리 조상들의 친구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23권 수록 민담
「도깨비 잔치」
박 서방은 성실하지만 자기 땅이 없어서 가난한 농부입니다. 어느 날 박 서방은 밭에서 일을 하다가 몸에서 지독한 악취가 나는 김 서방을 만나는데, 김 서방은 대뜸 박 서방에게 잔치를 열어 달라고 합니다. 잔치 준비에 쓰라며 금덩이를 불쑥 내밀면서요. 박 서방 부부는 정성껏 잔치를 준비해 신기한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과연 그 손님들은 누구였을까요? 잔치를 차려 준 대가로 박 서방 부부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도깨비와 소금 장수」
어느 소금 장수가 산에서 길을 잃고 폐가에서 하룻밤 묵게 됩니다. 소금 장수는 마당에서 개암 열매를 많이 주워서 폐가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도깨비들이 모여들어 잔치를 벌이는 거예요! 먹고 마시며 잔치하는 도깨비들을 보자니 소금 장수도 배가 고파졌어요.
배고픈 소금 장수는 어떤 방법을 생각해 냈을까요? 소금 장수는 도깨비들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아침을 맞을 수 있을까요?
「도깨비와 혹부리 영감」
노래하기를 좋아해 소리꾼으로 살아가던 청년이 있었는데, 턱 밑에 기다란 혹이 자라는 바람에 더는 노래로 먹고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청년은 그렇게 나이를 먹어 혹부리 영감이 되었어요. 어느 날 혹부리 영감은 버려진 절에서 하룻밤 묵게 됩니다. 사실 그 절은 도깨비들이 모여 노래하며 노는 곳이었어요. 도깨비들을 피해 숨어 있던 혹부리 영감은 도깨비들이 노래 부르며 노는 모습에 그만 흥이 나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그 바람에 도깨비들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혹부리 영감은 혹도 없애고, 엄청난 금은보화도 얻어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갑니다.
혹부리 영감은 어떤 꾀를 써서 고민거리였던 혹도 없애고, 금은보화까지 얻어 도깨비들에게서 벗어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