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산지』 제1권: 조선 지리와 수산에 대한 개관 수록
조선 지리와 수산에 대한 개관을 담은 제1권은 1908년(융희 2년) 12월 25일에 발행되었다. 제1권의 1편은 위치, 면적, 구획, 인구, 지세, 하강, 연안, 기상, 해류, 조석, 수온, 수색, 수심과 저질, 해운, 통신 등 15장으로 구성되었다. 2편의 ‘수산일반’은 수산물 종류, 수산물 양식, 수산 제품, 어채물의 수송과 판매, 제염업, 수산물 수출입, 어구와 어선 등 7장으로 나누었다. 2편 ‘수산일반’에서 조선의 주요 어획물은 명태, 조기, 새우, 정어리(멸치), 청어, 대구 등이며, 일본 출어자의 주요 어획물은 도미, 정어리(멸치), 삼치, 조기, 해삼, 전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1권의 목차에 앞서 조선해수산조합·정박지·어장·항만·등대(등간·입표)·제염지 등의 사진이 별첨되어 있다. 가장 먼저 첨부된 사진인 ‘조선해수산조합본부’는 조선에 진출한 일본 어업자의 조직 단체로, 일본 정부의 관리와 통제 아래 조선 어장을 식민지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권두 사진에서도 첫머리에 배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115년 전 한국의 바다에 대한 정보는 오늘날 수해양사 연구에 중요한 가치
『한국수산지』는 1893년 조선 연안 조사보고서로 최초로 간행된 『조선통어사정(朝鮮通漁事情)』, 1984년 청일전쟁 승리 이후 일본 해군 수로부에서 간행된 『조선수로지』에 이어 끊임없이 조선 연안을 침투해 온 일본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한국수산지』 편찬 사업은 조선 어업 개발을 명목으로 한 일본 정부의 국익사업이었으며, 조선 내에 일본인 어촌을 육성하여 조선을 식민지화하려는 의도로 진행되었다. 일본은 『한국수산지』에서 수산 정보뿐만 아니라 조선의 역사 지리 정보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으며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수를 밝혀 일본인의 조선 진출을 권장하고 정착을 돕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1910년 나라 전체가 식민지가 되기 이전에 한국의 바다가 먼저 빼앗겼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수산지』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의도로 편찬되었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115년 전의 한국의 바다에 대한 정보는 중요하다. 19세기 전기에 『우해이어보(牛诲異魚譜)』나 『현산어보(玆山魚譜)』와 같은 책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는 모두 어보(魚譜) 즉 물고기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지역적으로도 진동 앞바다 혹은 흑산도 연해로 한정되어 있다.
반면 『한국수산지』는 한국 최초로 근대적 동식물분류법에 따라 수산물을 분류하였으며 기상 및 해양에 대한 구체적이고 근대적인 통계 자료 및 지도와 해도를 제공한다. 또한 근대적 정보 전달 수단인 사진 자료를 활용하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며, 지명 색인을 수록함으로써 근대적인 문헌의 구성 요소를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수산지』는 우리의 바다에 대한 최초의 근대적 종합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수산지』를 새롭게 번역 출간함으로써 115년 전 한국이 어떻게 바다를 빼앗겼는지 뒤돌아보고 앞으로 우리의 바다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 생각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