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년 노벨상 시상식을 생중계하다!
매년 12월 10일,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일에 맞춰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 이 자리에는 스웨덴 왕실을 비롯해 정치, 경제 등 각계 최고의 인사들과 과학자들이 한데 모인다. 간단한 인사말과 축하 공연에 이어 시상식 본식이 시작된다. 노벨상 위원회는 먼저 수상자를 발표한 뒤 연설을 통해 선정 사유와 수상자들의 업적을 알려준다. 이때 노벨상 시상 연설을 하는 연설자는 스톡홀름 콘서트홀을 가득 메운 청중과 스웨덴 왕족에게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게 된 이유와 수상자가 이룬 업적의 과학적 의미 등을 간결하게 정리하여 소개한다. 따라서 전문적인 과학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설이 아닌 만큼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연설을 진행하기 때문에 스웨덴 왕족을 비롯한 일반 대중은 노벨상 수상자의 고도의 학문적 성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재는 연설로만 이루어지지만 노벨상 초기에는 시상 연설과 함께 수상자가 수행한 실험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시상 연설에 불과하지만 연설문을 통해 당시 시대적 상황을 생생히 그려볼 수 있다.
과학자가 들려주는 시상 연설
번역에는 한국 싱크탱크인 한국기술연구원(KIST)의 소속 과학자가 직접 참여했다. 탄소계 나노구조 박막, 플라스마 공정, 재료전산모사에 의한 소재설계를 연구하는 이광렬 박사와 컴퓨터를 이용한 신소재 설계를 연구하는 이승철 박사가 2007년부터 2023년까지 모든 노벨 물리학상 시상 연설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했다. 이뿐만 아니라 서문을 통해 현대 물리학의 태동에서부터 막스 플랑크가 양자를 발견한 혁명적 사건과 원자와 우주를 아우르는 123년간의 굵직한 물리학의 발전사를 되짚으며 노벨 물리학상이 우리 인류에게 주는 의미와 가치를 되새길 수 있도록 돕는다. 아직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한국의 과학자로서 냉철한 시각도 엿볼 수 있다.
노벨상의 역사로 보는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
123년의 노벨상 과학 분야 시상 연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현대 과학사다. 즉 한 편, 한 편의 시상 연설이 마치 직소 퍼즐과도 같아 이를 한데 모아 놓으면 20세기와 21세기를 잇는 과학사가 한눈에 그려진다.
노벨 물리학상은 빌헬름 뢴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한 업적으로 첫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 방사선의 발견, 양자역학의 발전, 힉스 입자의 증명 등 20세기와 21세기 물리학의 굵직한 발견을 한 과학자들이 수상했다. 삼투압의 원리를 발견한 야코뷔스 반트 호프에게 처음으로 수여된 노벨 화학상. 화학은 그 후 물리화학, 유기화학, 생화학, 응용화학, 그리고 대기화학 등으로 세분되었고, 화학 시스템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한 2013년 수상자를 거쳐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생리의학상은 산업화와 세계 대전의 후유증에 따라 질병학과 면역학의 발전과 함께 나아갔고, 20세기 중반을 거치면서 암 세포의 기전과 DNA 분자 구조와 유전자를 조작하는 치료법을 발견하는 등 생명의 비밀과 구조를 밝히며 발전했다.
노벨상은 지난 123년간 이룩한 과학의 발전과 그 궤를 함께해 왔다. 1901년부터 2023년까지 과학 분야 노벨상 시상 연설을 모은 이 책은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로 각 노벨 수상자의 업적과 20세기 인류 과학의 발전사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노벨 물리학상, 발견과 예측 그리고 증명의 역사
19세기 후반에는 물리학의 중요한 화두인 에너지, 힘, 물질에 과한 많은 문제들이 속속 해결되었고, 그 결과 물리학에서 더 연구할 분야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자신만만해 하던 시기다. 그러나 20세기를 앞두고 이런 분위기는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현상들이 발견되면서 새로운 물리학이 태동하였다.
노벨 물리학상은 이렇게 새로운 물리학의 탄생이라는 흥분된 분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에 첫 수상자가 나왔다. 뢴트겐이 발견한 엑스선과 퀴리 부부가 발견한 새로운 방사선은 당시 매우 급진적인 발견이었으며, 이후 이를 응용한 연구에 노벨상이 수여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20세기의 물리학은 1918년에 막스 플랑크가 에너지 양자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혁명의 시기를 맞이한다. 이후 양자론은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와 디랙을 거쳐 정립되고 볼프강 파울리와 막스 보른, 리처드 파인먼 등을 거치면서 20세기 최고의 과학적 업적으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2022년에는 양자 얽힘 실험을 통해 두 번째 양자 혁명에 들어서게 되었고 2023년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인 아토초 펄스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물리학은 현재 가장 미세한 존재의 증명에서부터 우주의 생성 원리와 역사를 밝히는 가장 크고 광대한 영역까지 고루 발전했다. 이러한 발전의 중심에 노벨상이 있었다. 1901년부터 2023년까지의 노벨 물리학상 시상 연설을 통해 세계와 우주의 원리를 탐구하려는 인류의 힘찬 발걸음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