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스포츠를 좋아할까요? 이 책의 저자들은 스포츠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해요. 선수는 자신의 실력을 연기할 수 없고, 승패를 꾸며내는 일은 불가능하니까요. 그만큼 스포츠는 진실하고, 사람들은 그런 스포츠의 순수함을 사랑하는 것이죠. 스포츠 중에도 축구는 전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요. 그런 축구 선수의 곁에서 선수가 마음껏 재능과 실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필드 밖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축구 에이전트예요. 선수를 대리하며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선수의 커리어도 관리해요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를 발굴하는 것에서 시작해 선수의 전성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도 에이전트의 일이에요. 만약 어린 선수와 계약한다면 에이전트는 진학할 고등학교에 대한 조언부터 할 거예요. 이후에는 선수로서 꼭 필요한 기본기, 체력, 정신적인 부분에 관해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죠. 고등학교를 졸업할 시점이 되면 에이전트는 이 선수가 프로로 직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판단할 거고요. 만약 부족하다면 대학 진학을 통해 성인 축구의 맛을 아마추어 단계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거예요. 프로선수의 싹이 보인다면 당연히 프로구단의 신인 계약을 추진해야죠. 그리고 선수의 성장과 함께 단계별로 가장 적합한 환경을 찾는 일도 해야 해요. 적절한 시기에 구단을 이적해서 잠재력을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고요.
-에이전트는 선수를 대리할 뿐, 결정은 선수의 몫이에요
선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에이전트의 역할에 대해 흥미롭게 고려해 볼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미국의 프로농구 에이전트인 마이클 시겔Michael B. Siegel이 한 말인데요.
“나는 그들(선수)을 위해 경기를 뛸 수 없고, 그들도 나를 위해 협상에 나설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그들이 결정권자라는 사실을 (에이전트가)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그들이 오른쪽과 왼쪽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길 원하고,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자. 나는 왼쪽으로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최선을 다해 설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왼쪽으로 가겠다고 결정하면 OK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결정은 최소한 나의 조언을 받고도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다.”(The Business of Sports Agents, second edition, Kenneth L. Shropshire & Thimothy Davis, 2008,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에이전트는 선수보다 사회적 경험이 더 많은 경우가 많고, 협상에 있어서도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에이전트는 어디까지나 선수의 대리인일 뿐이에요. 선수의 의지를 협상에 반영하는 것이 임무이며, 결국 결정권자는 선수 본인이라는 뜻이죠. 협상에 나서는 에이전트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입니다.
-선수의 경기력과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해요
어떤 선수가 잠재력이 있고 어떤 선수는 성장이 어려운지 평가하는 눈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재능이죠. 이렇게 평가하는 능력은 공부한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축구 선수였는데 이 선수들이 다 좋은 감독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요. 자기가 축구를 잘하는 것과 지도자로서 선수를 평가하는 것은 다른 재능이기 때문이에요. 에이전트도 선수의 경기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잠재력이 어느 정도일지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선수 출신이 아닌 경우라면 선수를 발굴할 수 있는 스카우팅 능력도 필요해요. 전 세계에 있는 리그의 특징과 축구계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어떤 나라의 선수들이 주목받고 있고, 그 선수들이 어떤 경로로 이적하는지 눈여겨보면서 흐름을 익히면 더 좋아요.
-선수의 삶을 함께 디자인하는 매력
축구 에이전트는 한 축구 선수의 삶을 함께 디자인한다는 데 매력이 있어요.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마치 영화를 찍듯이 한컷 한컷 순간들을 붙여나간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선수와 협상하고 계약을 맺고, 이적하고 다른 대륙으로 이주를 하는 등등 이런 여러 부분이 선수라는 재료를 가지고 맛난 한상을 차리는 시간의 요리사란 생각이 들어요. 물론 몇 년간 계획한 플랜이 잘 되지 않아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았을 경우엔 선수와 함께 늘 고뇌와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그 또한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죠. 특히나 솜털을 막 벗어난 중고교 선수를 영입해서, 그 선수가 몇 년 뒤 훌쩍 자라 축구의 본고장인 잉글랜드까지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정말 드라마틱하다는 표현을 넘어 짜릿하기까지 해요.
-내 선수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때의 보람
차두리 선수는 월드컵이 끝난 직후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인 레버쿠젠으로 이적해서 선수 생활을 했는데요. 분데스리가에서 10년을 생활한 후 셀틱으로 이적했다가 다시 분데스리가 뒤셀도르프로 갔는데 거기서 6개월 만에 계약을 해지하고 축구를 그만두겠다고 하더라고요. 공부를 해보겠다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차두리 선수를 보니 이렇게 선수 생활을 끝내면 아무도 이 선수를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은퇴하는 건 안 된다고 설득했어요. 한편으로는 FC 서울과 계속 접촉하면서 협상을 했고요. 그렇게 어렵게 차두리 선수를 다시 국내로 데려왔죠. 그리고 FC 서울에서 뛰면서 다시 국가대표팀에 복귀하고 레전드 대우를 받으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마무리하게 되었죠. 은퇴식 하는 날 국민들이 수고했다며 박수치며 축하해주는데 그 뿌듯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 제 선수가 사람들에게 잊혀지게 두지 않고 자신의 커리어를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게 정말 큰 보람이었죠.
- 『축구 에이전트는 어때?』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