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성장을 저해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
김기백 매니저는 지금 꿈틀거리고 있는 주주환원 대변혁 조짐이 IMF 이후 30년 가까이 한국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아온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반작용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IMF 시기 처음으로 국내 자본시장에 들어온 외국 투자자와 자본은 한국 기업과 주식의 가치를 동일 지표를 가진 외국 기업의 주식 가치보다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제구조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들이 지적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낮은 주주환원’이다.
급격한 경제 성장 과정에서 한국 경제계에는 기업의 지배와 소유가 분리되지 않고 지배주주가 곧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재벌 총수 체제가 자리잡았다. 이러한 구조에서 기업의 이익은 곧 지배주주의 이익이 되었고, 기업의 진정한 주인인 주주들에게는 의사결정의 권리와 이익배분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제다가 지배주주와 기업의 경영진은 경영권 확대와 기업 승계를 위해 제도를 우회하고 회피하며 시장 질서를 왜곡시켰다. 핵심 자회사 물적분할 후 상장, 저평가 자회사 합병, 승계 시 절세를 위한 주가 상승 억제, 지배주주만 누리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 ‘지배주주 일가’의 배를 불리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반투자자들이 파산했다. 그 결과 한국 주식시장에는 건실한 장기투자가 사라지고 단기 모멘텀 투자가 득세했다. 한국 시장에서의 주식투자가 투자가 아닌 투기의 수단이 된 이유다.
투자자가 기업을 신뢰할 수 없고 기업이 정당한 주주권을 무시하며 변동성마저 극심한 주식시장이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꼬리표가 붙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의 핵심에는 바로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낮은 주주환원’이 자리잡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종말과 새 시대의 시작
2024년 초 일어난 ‘태영건설 사태’는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와,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태영그룹은 부도 사태에 빠진 태영건설의 정상화 과정에서 지배주주 일가만 현 사태의 책임에서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두고 대중과 여론은 “경영할 때는 오너고 사업에 실패하면 일개 주주인가”라며 지배주주의 이기심과 책임 없는 태도를 꼬집었다. 금융감독위원장 역시 “뼈를 깎는 노력이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었느냐”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태의 핵심에 지배주주의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음을 대중이 정확히 아는 것, 이를 여론으로 공론화한 것, 정부가 대기업의 지배주주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즉시 행동을 촉구한 것 모두 이제까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이제 대중과 언론은 지배주주의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의사결정을 감시하고 공론화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이후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여 일반주주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제도들을 마련해왔다. 기업에서는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에 익숙한 경영진이 퇴출되고, 선진 자본주의를 학습한 전문성 있는 경영진으로 세대가 교체되며 과거의 유산과 결별을 고하고 있다. 사회, 정부, 기업의 세 가지 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종말과 새 시대의 시작으로 동시에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투자의 새 흐름을 선점하라:
명품 중소형 우량주 발굴과 장기투자의 힘
대중의 의식 성장과 정부의 태도 변화, 그리고 기업 내부의 세대교체를 두고 저자는 ‘주주환원 대변혁’이라는,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주주환원 대변혁은 곧 지배주주가 독점해왔던 권익이 일반주주에게 분배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지금 한국에서만 일어났던 것이 아니다. 저자는 80년대 미국 주식시장의 선례를 들어 한국 주식시장 또한 미국처럼 장기 우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을 노릴 수 있을까?
주주환원 대변혁이 이루어지면 투자의 모든 전제가 바뀐다. 투자자는 불확정적인 단기 모멘텀 투자 대신, 안정적이며 확정적으로 커다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기투자로 자연스럽게 선회하게 된다. 장기투자의 핵심은 복리의 마법이다. 복리의 마법은 매년 이자에 붙는 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발생한다. 투자자가 어떤 기업에 장기투자하며 발생한 이익을 모두 재투자한다면 복리의 마법 효과를 누리며 자산가치의 폭발적인 상승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장기투자에도 약점은 있다. 기업의 이익이 마이너스 성장 없이 꾸준해야 한다는 점과, 이익의 상향 퍼센티지가 적어도 4% 이상은 되어야 복리의 마법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중소형 우량주를 해답으로 제시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우량주는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규모가 크고 망할 염려가 없는 대기업 주식이다. 그러나 대기업 우량주는 이미 성장성을 상당 부분 발휘하여 추가 성장 동력을 발견하기 어려우며, 얻을 수 있는 배당 수익마저 이미 최대치에 이르러 있다. 그러나 중소형 우량주의 경우 아직 성장성을 발휘하지 않았고, 지금의 낮은 배당성향이 앞으로 확대될 여지가 남아 있다.
배당 수익을 안전마진으로 가져가며 장기투자로 복리의 마법을 누리는 것, 그리고 유망주 기업의 성장성을 발굴하여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 이것이 김기백이 제안하는 ‘주주환원 시대 명품 우량주 투자’의 핵심이다.
김기백 매니저는 현재는 시장에서 비교적 소외되어 있지만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과 그 기업의 주식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방법을 이 책 속에 담아냈다. 그는 기업 분석의 요점은 ‘이익의 질을 따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이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경쟁우위 요소를 가지고 꾸준하게 이익을 낼 수 있는지 따져보고 이 기준을 통과해야만 ‘명품’ 중소형 우량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이 직접 기업을 분석할 수 있도록 자신이 사용한 기업 분석의 방법과 기준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기업 탐방왕’의 모든 투자 노하우와 전략을 담아낸 책
증권업계 내에서 김기백 매니저를 부르는 독특한 별명이 있다. ‘기업 탐방왕’과 ‘걸어 다니는 리서치 센터’가 그것이다. 지난 10년간 저자는 1,100개 이상의 기업과 2,500회가 넘는 기업 미팅을 진행해왔다. 저자 혼자서 관리하는 종목의 수는 700여 개, 팀 단위로 관리하는 기업의 수는 1,000개 이상에 이른다. 저자는 이렇게 기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풍부하고 경쟁우위가 뚜렷한 기업을 발굴하여 투자를 결정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모든 투자 노하우와 전략을 아낌없이 공개한다. 특히 2부에서는 자신이 유망주 기업들을 발굴하여 투자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8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해당 기업을 소개한다. 세계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최고 경쟁력을 가진 기업, 해당 산업에서 국내 1위를 고수하는 중소형 기업, 일상생활 속 브랜드 기업, 초고마진을 꾸준히 유지하는 기업, 전통산업에 속한 기업,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진화하는 기업, 본질적 역량을 꾸준히 쇄신하는 기업, IT산업 내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 등이 그것이다. 전문투자자가 기업을 분석할 때 무엇에 주목하고 어디에 비중을 두는지, 언제가 적기였으며 기회를 놓쳤다면 어떤 판단을 그르쳤는지 등 모든 사고의 흐름과 판단의 근거가 상세하게 있는 그대로 담겨있다.
3부에는 저자가 펀드매니저로 살아오며 지켜왔던 소신과 원칙, 투자의 전략과 매매의 기법, 기업을 분석하는 방법과 종목을 고르는 기준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삼는 투자자들이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기업 분석을 투자의 근거로 삼는 정석적인 투자자라면 2부와 3부를 읽는 것만으로도 대가의 머릿속을 간접 체험하고 이론과 실제 투자 사례를 함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부록에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한, ‘주주환원 시대 명품 우량주 투자’를 실제 투자 상품으로 구현한 ‘ACE 주주환원가치주 액티브ETF’에 대한 설명이 실려있다. 주주환원의 흐름에 조금 더 쉽게 올라탈 수단을 찾는 투자자라면 참고가 될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질적인 성장을 가져올 투자 혁명서
김기백 매니저는 ‘주주환원 대변혁’은 마치 독재정권에 맞서 국가의 권력을 국민에게 귀속시킨 것처럼, 지배주주가 독점하고 있는 권익을 일반주주들이 되찾아오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주주가 자신의 권익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빼앗기고 있는 현실을 깨달아야 하며,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에 투자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주주의 권익을 요구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자본주의의 민주화, 진정한 주주자본주의가 만개한 ‘서울의 봄’을 누릴 수 있으며, 한국 자본시장에 질적인 성장이 시작될 것이다.
더 이상 한국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자본시장의 왜곡으로 인하여 피눈물을 흘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 김기백 매니저는 이를 펀드매니저로서 자신의 사명이라 여기고 있다. 그리고 올바른 자본시장의 질서를 만들어갈 방법과 그로 인해 우리가 얻게 될 이익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한다. 한국 자본시장의 희망이 바로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투자서가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의 변혁을 가져올 혁명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