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빛난 진정한 사상가이자 개혁가, 우촌 전진한
이익균점권! 제헌헌법에서 규정한 세계 헌법사상 그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획기적인 노동기본권으로 한국전쟁이 계속되는 전시 상황의 임시수도 부산에서 만들어진 우리의 노동법이다. 이익균점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과 우리 노동법 제정사를 언급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선구자가 바로 우촌 전진한 선생(1901~1972)이다. 일제하에서 민족운동의 일환으로 협동조합운동을 전개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우촌 선생은 좌우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던 해방 격동기에 대한노총 위원장, 제헌 국회의원, 초대 사회부장관으로 활동하면서 노동기본권 보장과 노동법 제정에 결정적 기여를 하였고, 이후 1967년 대통령 선거 입후보, 노농당ㆍ민정당ㆍ민중당에 걸친 정치활동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자유협동주의를 기초로 민족 통일을 지향한 진정한 사상가이자 개혁가였다. 그의 생애와 사상은 여전히 사회권의 기본 방향이자 경제민주화의 저변에 놓여 있는 역사적 법등法燈으로서 우리에게 이어져오고 있다.
자유협동주의 이념의 구현과 실천
혹독한 식민지 경험과 극렬했던 이념 대립의 시대, 20세기 한국에서 과연 이상주의적 사회민주주의는 가능했을까? 자본주의와 전체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던 자유협동주의는 개인주의에서 존엄성과 창의성을 추출하고 전체주의에서 사회연대성을 보존하며 공존, 상생의 단계로 나아가고자 하였다. 평생 정치계의 고아를 자처하며 외로운 길을 밟았던 우촌 전진한 선생이 제안한 노자상생勞資相生의 이익균점권은 오늘의 사회적 갈등을 풀어야 하는 우리에게 귀한 유산이 되어 지금의 사회적 갈등을 풀어나갈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기본권 및 노동법 제정사, 그리고 자유협동주의 사상 연구를 위한 출발점
일찍이 우촌 전진한 선생과 노동법 제정사에 대해 선구적으로 연구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흥재 명예교수의 연구를 계기로 서울대 노동법연구회는 우촌 선생의 삶과 투쟁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후대에 남겨야 한다는 사명하에 ‘우촌 전진한 자료집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우촌 전진한 자료집 편집위원회’는 그의 생애와 사상을 연구하고 그 자유협동주의 정신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간 간행되었던 자료들에 더하여 유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자료, 그리고 우촌 전진한 선생이 유학한 일본 와세다 대학교와 준텐중학교 등을 직접 방문하여 새로이 발굴한 자료 등을 집대성하여 이 책을 세상에 내어놓게 되었다.
발로 뛰며 모아낸 우촌 전진한 선생의 삶과 투쟁에 대한 역사적 기록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제1부에서는 그간의 자료와 함께 단편적으로 산재되어 있던 우촌 선생의 생애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모았다. 제2부에서는 우촌 선생의 기본 사상을 알 수 있는 저술들을 정리하였다. 제3부에서는 자유협동주의를 비롯한 선생의 사상이 구체화되고 또 좌절되기도 한 제1의 현장인 국회에서의 발언을 모았다. 여기에는 간단한 해제를 덧붙여 발언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제4부에서는 국회를 넘어 보다 현실사회에서 우촌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구현하고자 한 논의들을 소개하였다. 연설원고 및 정기간행물과 일간지에 게재된 우촌 선생의 주장과 정치평론은 노동법의 쟁점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통일에 대한 우촌 선생의 이론과 실천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제5부에서는 우촌 선생의 사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언론 인터뷰와 함께, 협동조합운동에 대한 해외 각국의 논의를 소개한 자료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최근까지의 자료들을 모두 반영한 연보와 참고문헌을 실었고, 사진 자료들은 각 부 내용에 맞게 나누어 배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