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수페리어 ‘이상한 존’의 일대기
초능력자들의 유토피아를 그려내다
화자인 ‘나’가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짧지만 강렬한 존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일종의 일대기로 담아낸 것이 바로 《이상한 존》이다. ‘나’는 존이 왜 자신만의 개척지를 세웠는지, 얼마나 열정적으로 그 임무에 헌신했는지, 그러고도 성공 가능성을 믿지 않을 만큼의 선구안을 지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세상 사람들 누구도 초인인 그들의 업적을 이해하지 못할 테고 반드시 그 결과물을 파괴할 것을 확신했기에 스스로 유토피아를 폭파시키고 마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어렴풋이나마 그 이유를 이해하는 유일한 ‘범인凡人’으로 등장한다.
존의 본질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으며, 그의 출생과 성장마저 평범함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에 존은 스스로 ‘호모 수페리어’라고 칭한다. 존의 탁월함은 니체 철학의 ‘초인’을 떠올리게 하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이 세상의 도덕과 질서는 존에게는 통하지 않으며, 이 세상의 모든 지식도 그저 수단에 불과했다.
존은 이 세상의 것을 초월하여 자신의 동족을 찾고 그들을 하나씩 모아 그들과 함께 개척지를 세운다. 그들에게 이 세상은 고통이었기에, 개척지만이 유토피아였다. 그러나 이 세상의 평범한 인간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몰려든다. 존과 그 동족들은 그들의 고귀한 정신이 왜곡되어 희망이 사라지고 통찰이 더럽혀지느니, 스스로 섬을 폭파하고 죽음을 택한다.
존이 오랜 세월이 지나 세상이 이곳을 잊은 후에야 소설의 형태로 일대기를 남길 것을 ‘나’에게 부탁한다. 이는 이 소설이 왜 쓰여졌는지에 대한 이유이기도 하고, 왜 소설이어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이상한 존》은 SF답지 않으면서도 가장 SF다운 추상성과 초월성을 지니고,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의 초월적 존재를 그려낸 SF 수작인 것이다.
세상이 스테이플던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나서야 우주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_아서 클라크
올라프 스테이플던 x 강정
마스터 존과의 해후 그리고 꽃의 맛
시인이자 작가인 강정이 스테이플던의 소설에 이어 초월적 존재의 탄생을 그려낸다. 이러한 초월적 존재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암시와도 같다.
강정의 소설에서 주인공 ‘요왕’은 ‘이상한 존’과 같은 초월적 존재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그의 비범함은 아이 같지 않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 요왕은 ‘마스터 존’이라는 이름으로 밴드 공연에 ‘나’를 초대하고, ‘나’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감각을 느끼고 경험한 후 무언가를 잉태한다. 그리고 “꽃들이 태어난 길을 찾는다”는 요왕의 말처럼 꽃만을 먹으며 태어날 길을 닦는다. 마치 햇빛이 따라다니더니 알을 잉태한 유화 부인의 신화처럼, 초월적 존재의 태생은 그렇게 신화처럼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