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교사 의원면직에서 간호사 태움까지… 여성의 언어로 여성의 일을 말하다
2023년 7월 18일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자살한 여성 교사는 1학기 동안 26명의 학부모와 총 1,039회 연락했다. 교사들의 우울증 유병률은 일반 성인의 4배에 이르고 있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교사들의 우울증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서현주 저자는 교사 4명 중 1명이 정신과 상담을 받은 적 있다는 통계를 지적한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2016년 이후 동결이던 담임수당을 2023년 12월 53.8% 인상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저자는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증명한다. 담임 수당이 한 달에 20만 원이라는 것은 하루에 1만 원꼴, 통상적인 한 반 학생 수가 30명임을 상기할 때 학생당 일 333원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받았던 실제 민원 사례를 통해 한 반에서도 상충하는 다수의 반복적인 민원을 교사 한 사람이 소화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서이초 교사의 사례처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공식적인 연락 외에도 개인 연락처까지 노출되며 학부모의 공격적인 민원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온 교사들은, 가르치는 일을 좋아함에도 교사로서의 소명과 연금 수령을 포기하면서까지 의원면직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들은 인터뷰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들이 종사하는 직종이 매우 다름에도 해당 직군의 수직적인 위계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왔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이슬기 저자가 분석한 바로는, 한국의 간호사 1인당 병상 수는 1,000명당 12.8개로 OECD에서 가장 많으며 OECD 평균 병상 수인 4.3개의 3배를 웃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매년 간호사 1인당 병상 수는 늘어가는 데 반해, 간호 인력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간호사들이 전문적인 간호 인력으로 투입되어 업무를 수행하는 급박한 환경에서 매일 이뤄지는 태움은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 아래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과밀 병상 문제와 폭력적인 태움의 복합적인 작용은 간호 인력의 국내 탈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과밀 병상과 과밀 학급의 문제는 결국 여성 인력 착취의 문제와 잇닿아 있으며, 이는 의료 공공성·교육 공공성 강화와 성별임금격차 해소로 귀결된다.
서현주 저자는 수동성과 능동성을 초월한 영역에 있었던 여성들의 진로 선택의 문제를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 짚어 냈다. 여성들의 진로 선택은 젠더뿐만 아니라 계급에서도 분화된다. 연진과 사라가 기상캐스터와 화가라는 화려한 직업을 가진 데 비해 평범한 세탁소집 딸인 혜정이 승무원을, 동은이 교사를 택한 이유를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을 통해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는 전문적인 직능보다 돌봄과 서비스의 수준에서 소환되어 왔다. 이슬기, 서현주 두 저자와 32명의 인터뷰이가 여성의 언어로 여성의 일을 말하는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은 입직 서사는 물론, 우리가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한 퇴직 서사 레퍼런스를 수혈한다. 여성들이 직업을 때려치우기로 선택한 이유는 빼앗긴 삶을 주체적으로 조율하겠다는 선택이자 실천이었다. 지난 11월 무혐의로 종결된 서이초 교사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교사 자살 사건은 재점화되어야만 한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이 오늘도 지옥보다 어둡고 두려운 출근길로 걸어 들어가는 여성들을 지금보다 안전하고 차별이 완화된 직장으로 안내할 랜턴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