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특히 친숙한 두루미
두루미는 우리나라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그래서 어느 새보다도 친근한 새이다. ‘학’이라고도 불리는 두루미는 전래동화 뿐 아니라,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중의 하나로서 민화 등 한국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 더욱 친근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일본에서도 두루미는 문학과 미술, 음악, 춤 등 다양한 장르에 등장하는 전설과 설화를 품은 신비로운 새로 인식되어 있기도 하다. 이렇게 친숙한 두루미지만 실제로 두루미의 환경, 서식지, 번식, 먹이 등 생태에 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다.
기존의 환경동화와 차별화
기존의 ‘환경 영역’ 관련 책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상상력을 동원하여 사실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 주를 이룬다. 아니면 사실만을 부각한 딱딱한 정보 제공 차원의 작품이 많아서 접근성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접근이 쉬운 동화라는 도구를 활용해 사실을 전달하는 책으로 다른 책과 확실히 차별된다.
김정희 작가는 2021년 『따오기랑 우포랑』을 시작으로 『황새랑 예산이랑』(2022), 『제비랑 제주랑』(2023)까지 이런 접근방식의 환경동화를 꾸준하게 창작해 왔다. 조류 전문가도 아니고 환경관련 전공자도 아니지만, 철저한 현장탐방과 폭넓은 자료조사, 거기에 전문가의 감수를 더해 네 번째 환경동화를 완성했다. 자연에 대한 사랑,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바른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연을 물려 쓸 후손에 대한 사랑이 우러나온 교육자의 마음이 아니고서야 이런 지난한 탐구와 집필의 시간을 견뎌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세세하고 쉽게 사실에 기반한 동화를 써내려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긴장과 호기심을 놓지않는 흥미로운 전개
『두루미랑 철원이랑』은 강원도 철원을 중심 무대로, 사진작가인 한결과 조류연구가인 아나스타샤의 인연을 두루미의 이동경로와 서식지를 따라가며 두루미류의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친절하게 해설해 준다. 거기에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더해져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하는 ‘사랑이’와 발가락을 다쳐 불편한 ‘철원이’의 사랑이야기도 재미를 더한다.
읽다 보면 어느새 같이 여행하게 되는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여행지는 강원도 철원에서 시작해 러시아 하바롭스크 및 아무르 습지, 일본 홋카이도 및 규슈, 강화도, 연천, 순천만, 인천 등으로, 두루미류들의 생태를 보여주기에 알맞은 곳이다. 이곳에서 사는 두루미류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지역적 특색도 잘 보여주고 있어 읽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 지도에 이동경로를 선으로 그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많은 양의 다양한 사진을 이야기 전개에 맞춰 적절하게 배치했다는 점이다. 사진만 봐도 사진작가가 얼마나 두루미에게 애정을 가졌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쉽게 찍을 수 없는 두루미들의 모습이 철원의 풍광과 함께 담겨있다.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시각적 효과는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재미 요소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환경동화
갈수록 환경생태의 중요성이 커지는 요즘에, 이런 환경동화를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환경교육의 기회를 접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따오기와 황새에서 제비로, 그리고 두루미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환경동화는 매번 다양한 소재와 배경, 새로운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책을 덮자마자 다음번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작가의 사람과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둘의 조화를 추구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다음 책에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