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충갑은 원주 출신 문인이자 무인입니다. 〈고려사〉에는 “원충갑은 정열적이고 눈에 빛이 나며, 위급한 일이 닥쳐도 자기 몸을 아끼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또한 학문과 무술 능력을 함께 갖춘 인물로 전해지는데 이러한 면모는 문헌에 기록된 두 가지 사건을 통해서 잘 드러납니다.
원나라 반군 카단의 무리가 고려를 침입했을 때 원주 치악산 영원산성에서 용맹하게 카단을 무찌른 일, 훗날 개성에서 간신 오잠을 탄핵하는 데 앞장섰던 일입니다.
원나라가 고려를 정치적으로 간섭했던 시기인 1291년, 원의 반란군 카단이 원주를 침략했습니다.
원충갑은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을 설득해 치악산 영원산성을 지키는 전투에서 미미한 군사력으로도 끝까지 맞서 싸웠습니다. 영원산성이 붕괴될 시점에도 그는 높은 지형을 이용하여 용감하게 카단과 싸워 이겼고, 이러한 원충갑의 활약으로 이후의 전세가 바뀌어 고려에서 카단을 몰아낼 수 있었습니다. 〈고려사절요〉에 이렇게 기록돼 있습니다.
“이로부터 적의 예기가 꺾이어 감히 다시 공격해 오지 못했고, 여러 성도 굳게 지켜 비로소 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마음이 생겼으니, 이는 모두 원충갑의 공이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며 절망하고 있을 때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워 고을과 나라를 지킨
원충갑 이야기
이 그림책에 글을 쓰기 위해 이성미 시인은 진달래가 막 봉오리를 맺기 시작했던 2023년 3월, 치악산 영원산성에 올랐습니다. 등산 경험이 많은데도 영원산성으로 가는 길은 너무 가파르고 험해서 거듭 무릎이 꺾였지요. 힘든 산행이었지만, 7백 년 전 어느 추운 밤 카단이 엄청난 수의 군사를 이끌고 영원산성을 오르는 이 장면의 글을 떠올렸습니다.
영원산성의 밤은 고요했어요.
얼음장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밤이었지요.
새벽에 산성 망루대에서 아래를 살피던
병사가 날카롭게 외쳤어요.
“적이 옵니다!”
카단의 군대가 깃발을 휘날리고 북을 울리며
절벽 길을 올라왔어요.
땅인지 사람인지 구별이 안 될 만큼 많았어요.
산성 안에 두려움이 퍼졌습니다.
김진화 작가는 자주 등장하는 전투 장면이 너무 딱딱하지 않도록 작가 특유의 과감한 터치로 경쾌함을 더해 인물을 그리고, 풍경이 나오는 장면은 세심하게 그렸습니다. 얇게 펴 바른 오일이 전투를 앞둔 차가운 밤의 긴장감을 팽창시키고, 원주 고지도를 본떠 그린 승리의 장면은 계속되는 전투 장면을 마무리하며 긴장감을 풀어줍니다.
영원산성에서 카단의 군사와 대항, 미미한 군사력으로 두려움을 이기고 맞서 싸운 원충갑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침략을 당해온 우리 역사에서 통쾌한 승리로 기록되고 있으며, 그 승리는 〈고려사절요〉에 나와 있듯이 한 사람의 의롭고 용맹한 의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줄거리
고려 사람들은 카단을 보기도 전에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험한 철령 고개도 쉽게 넘었다지.”
“양근성도 바로 항복했다네.”
카단의 군사들은 말을 잘 타고
아주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인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하지만 원충갑은 굴복할 생각이 없었어요.
‘영원산성은 가파른 치악산 꼭대기에 있으니,
지킬 수 있어.’
원충갑은 과거시험에 합격한 향공진사였는데
원주의 별초 군대도 이끌고 있었어요.
카단은 원나라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쫒겨서
고려를 침입했고, 수만 명의 군사와 함께
철령과 양근성을 지나 원주로 오고 있었습니다.
- 후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