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는 언어와 그 개념, 고대부터 근대 초기까지 서양철학사를 세밀하게 살피며
필로소피아 혹은 철학의 기원을 찾아가는 명쾌하고 냉철한 시선!
철학의 기원은 몇 가지 질문으로 나눌 수 있다.
철학은 언제 생겨났는가?
철학은 누가 처음 만든 것인가?
철학은 왜, 무엇 때문에 생겨났는가?
지금 철학이라고 부르고 연구하는 철학은 언제 탄생했는가?
“철학이 어렵게 여겨지는 것은 추상적 개념들을 복잡한 논리로 전개하기 때문이다.
철학 교양서들은 이런 개념과 논리들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다 오히려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
철학적 개념과 논리들은 지금은 잊힌 많은 논쟁의 산물이자, 물질적 생활과 제도를 둘러싼 사회세력들의 대립과 갈등 같은, 폭넓은 맥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맥락들은 생략되거나 간략하게 다루어진다.
이 책은 거칠게나마 철학이 등장한 폭넓은 맥락을 큰 줄기에서 살펴보려 시도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
“조선시대에는 ‘철학’이란 말이 없었다”
철학이란 말은 서양 학문인 ‘필로소피아’를 번역하기 위해 19세기 말 일본 메이지 시대의 학자인 니시 아마네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철학이나 한국철학 같은 말은 철학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본연의 맥락에서 보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늘의 플라톤, 땅의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비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필로소피아는 플라톤보다 훨씬 복잡하고 역사적인 성격을 띠었다.
“회의주의와 신비주의 넘어 새로운 이론체계를 내놓기 위한
철학자들의 경쟁”
유럽 사회가 다른 문명과 결정적으로 다른 길로 가기 시작한 것은 16세기부터였다. 이전까지 신학과 철학 논의를 주도한 것은 성직자였으나, 16세기 말부터 이른바 세속 지식인이 철학적 논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베이컨, 데카르트, 가상디, 홉스 등 17세기 전반기 철학자들은 회의주의와 신비주의를 넘어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및 형이상학을 대체할 새로운 이론체계를 내놓기 위해 경쟁했다. 이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데카르트였다.
“철학은 자연과 신, 인간을 설명하면서 태어났고,
신학과 과학에서 분리되면서 비로소 "근대적 철학"이 되었다.”
근대 철학의 시조라는 영예를 얻은 데카르트는 흔히 근대적 개인주의의 출발점으로 알려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신학 논리에서 빌려온 것에 가까웠다. 19세기 들어서야 근대 철학사는 합리론과 경험론의 대립으로 재구성되었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과 『성찰』은 매우 중요한 저작으로 떠올랐다.
철학, 시대를 대변한 세계관의 설명서이자
시대를 극복할 처방전!
‘철학’이라는 말의 기원부터 당대 현실의 반영이고, 철학자들이 자신의 시대를 변호하거나, 고발하면서 철학의 담론은 발전했다. 철학도 인간이 만든 다른 사상이나 제도처럼 그 형성을 자극할 완강한 현실이 없었다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완강한 현실을 함께 제시하여 철학의 기원을 밝힌다.
영화 「율리시즈 시선」에서 주인공이 마침내 최초의 영화를 찾았지만 참혹한 현실 앞에 그 무용함을 깨닫는 것처럼,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현실과 분리된 순수한 철학의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