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시가 발달사에 관한 저술은 이 분야의 학문적 연구가 시작된 1920년대 이후 조윤제의 『조선시가사강(朝鮮詩歌史綱)』(1937)을 비롯하여 몇 차례 이루어졌지만, 작품 발굴과 연구가 크게 부족한 상태에서 대강의 줄거리를 엮어 본 것이었거나 고전시가 발달사의 실상 파악에서 문제점들이 적지 않은 것, 또는 작자들 및 작품들의 연대기적 나열과 해설 위주의 것 등에 그쳤다. 따라서 한국 고전시가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시작된 지 근 100년, 그동안 축적된 성과들을 토대로 하고 불충분한 점들을 보완하여 그 발달사를 본격적으로 고찰해서 충실하고 체계적으로 서술할 필요가 있어 왔다.
이에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고전시가의 통시적 발달에 대하여 바르고 충실한 이해를 체계적으로 기할 수 있도록, 적절한 한국시가사 시대구분에 의거해서 여러 시가 장르들(또는 작품군들)의 발달과정과 시대별 특질 및 의의 등을 탐구하고, 그 전반적인 특질을 구명하고 있다.
저자는 “시가사가 역사 서술 원리에 따라야 하고 장르들의 발달 위주로 서술함이 적절하며 다른 예술사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작가와 작품의 예술적 성취와 영향을 중시해야 한다는 관점을 지니고 이 작업을 수행하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책의 내용 구성은 기왕의 한국시가사나 한국문학사 저술들과는 약간의 다른 면을 보인다. 신빙성이 의심되는 자료나 타당성이 부족한 소견에 의거해서 이루어지는 시가사는 시가 발달사의 실상을 왜곡할 수 있기에, 저자는 신빙할 만한 자료들과 타당성이 인정되는 견해들에 의거하여 최대한 실증적으로 시가 발달사를 고찰해서 서술하고자 했다.
저자는 이 책의 한국시가사 시대구분에 따른 각 절(節)들에서, 먼저 그 시대의 시가 발달 환경들(정치적ㆍ사회적 환경과 문화적 환경 등)을 개략적으로 살핀 뒤에, 작품들의 특징 및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가 장르들(또는 작품군들)의 발달 양상을 서술하고, 이어서 주요 작품들이나 작자들의 성과 또는 특성과 영향 등을 구명하고, 마지막으로 그 시대 시가의 특질과 의의(담당층의 삶에서의 의의, 시가사적 의의)를 고찰한다. 또한 한국 고전시가가 근대에 들어 전통 시가(고전적 시가)로서 신흥의 근대시가와 병존(竝存)하면서 발달한 양상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는 한국 고전시가 발달사의 특질을 구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