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 여행을 오면 반드시 가볼 만한 두 곳이 있다. 세계자연유산인 ‘하롱베이’와 고산지대에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사파’라는 지역이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숙소에서 바라보는 사파의 뷰는 구름 위에 떠있는 느낌을 준다. 오토바이를 빌려 좀 더 깊숙이 라이딩해 들어가면 소수민족의 삶을 엿볼 수가 있다.
조용하고,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여행지는 사파였다. 각각 편도로 약 4시간, 6시간이 걸려 두 곳을 다녀오는 데 이동 시간만 약 20시간이 걸리지만 젊을 때 짠내 나게 고생했던 여행이라 기억에 오래 남는다. 당시에 구글맵도 잘 사용하지 않던 시기라 지도책만 의지하며 골목 개수를 세고 돌아다녔는데 이 또한 배낭여행의 매력이다.
‘Chapter 2. 〈하노이〉 짠내투어’ 중에서
어찌 보면 나의 조급함과 불안감, 학벌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더 발버둥 쳤던 것 같다. 그래도 20대 절반 이상을 차지한 대학 생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작은 사회에서의 경험이 나를 성숙하게 성장시키는 중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대학 생활은 한 번쯤 꼭 겪어볼 만한 가치는 있다. (중략) 스펙은 취업 문턱을 넘기 위한 숙제 같은 것이지 실제로는 입사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걸 새로 배우고 사회생활에 적응해야 된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트리플 기사건, 자격증이 얼마나 많건, 학점이 얼마나 높건 업무와는 크게 연관이 없다. 단지 서류심사에서 성실성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었다. 취업에 당연히 필요한 필수 조건들만 채우고 본인의 인성을 더 키우며 그동안 업무와 유관된 경험, 본인만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기를 권한다. 가장 완벽한 스펙은 가장 ‘나’다운 경험과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Chapter 3. 완벽한 스펙’ 중에서
옆 테이블에 있던 외국인 노부부와 대화를 했는데 이제 막 은퇴하고 여행하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내가 먼저 나이를 물어보자 노부부는 우리는 서로 나이가 몇 살인지 중요치 않고, 좋은 공간에서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렇다. 정말 여행하는 동안 외국인들이 먼저 우리에게 나이를 물어본 적은 없었다. 온통 여행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만 일정한 나이에, 정해진 무언가를 하게끔 정해놓은 것이 아닐까.
‘Chapter 4. 〈루앙프라방〉 가끔은 혼자여도 좋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