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은 왜 진실보다 거짓에 훨씬 더 쉽게 사로잡힐까?
현직 기자가 취재한 가짜 뉴스의 진원!
2012년 12월 14일, 미국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초등학생 20명, 교사 3명, 그리고 교장이 살해당했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총기 난사 사건이 정부가 꾸며 낸 가짜이며, 유가족은 정부가 고용한 연기자라는 이야기였다. 이 루머를 퍼뜨린 사람들은 ‘진실주의자’라고 불리는 음모론자들로 2001년 9·11 테러 이후 나타났다.
지금 전 세계에는 진실주의자들처럼 지구 평면론, 기후 위기 부정론, 백신 거부 운동 등을 추동하는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가짜 뉴스를 믿고, 만들고, 서로 공유하며 퍼뜨리는 걸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도안 부이는 대표적인 가짜 뉴스들을 파고들었다.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내는 사람과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인터뷰했고, 어떻게 전 세계가 가짜 뉴스로 몸살을 앓게 되었는지 정치, 경제, 역사, 심리 등 다방면으로 취재했다. 그 내용을 만화가 레슬리 플레가 재치 있는 비유와 친근한 그림체의 만화로 작업하여 《가짜 뉴스 세계에서 살아남기》라는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오늘날, 가짜 뉴스 이면의 의도를 간파하고, 나를 속이는 함정을 피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이 유용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진실보다 빠르고, 교묘하게 범람하는 가짜 뉴스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사회를 이루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상상하고,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라고 했다. 우리 인간에게는 자신이 믿는 것을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본성이 있다. 선사 시대에는 벽화가 있었고, 역사 시대로 넘어와서는 신화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었다. 신화는 집단을 단결시키는 수단이 되었고, 권력은 신화를 믿게 했다. 그러한 권력은 누군가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싶을 때는 ‘소문’을 사용해 왔다. 중세의 마녀사냥,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시기에 들끓었던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악의적인 소문은 오늘날로 따지면 일종의 가짜 뉴스였다.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세상에 접속할 수 있는 지금은 가짜 뉴스를 만들고, 보는 일이 더 쉽고, 빠르고, 교묘해졌다. 2016년 미국 대선 때 끊임없이 가짜 뉴스를 양산해 돈을 번 북마케도니아의 가짜 뉴스 공장, 음모론을 쏟아내는 조직적인 큐어넌, 지구 온난화가 거짓이라고 매도하는 가짜 뉴스 뒤에는 정치적 이득이나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가짜 뉴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알고리즘 시스템이다.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 각 SNS의 목표는 사용자를 1초라도 더 머물게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모바일 앱 사용 순위 1위를 차지한 유튜브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유튜브에서 발생하는 전체 트래픽의 70%는 ‘추천 영상 알고리즘’이다. 만약 사용자가 어떤 음모론 영상을 한 번 본다면 유튜브는 끊임없이 관련된 음모론 영상들을 최상단에 띄워 다른 의견이 끼어들 수 없도록 만든다. 사용자는 시스템이 설계한 ‘필터 버블’에 갇혀 일방적인 정보에만 노출된다. 편리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확증 편향을 유도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이슈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빠르게 온라인을 달구지만, 서비스의 주체인 기업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 사이에서 길을 잃고, 주체적인 사고력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가짜 뉴스에 속지 않는 아홉 가지 원칙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팩트 서바이벌 가이드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는 동안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가짜 뉴스는 이제 거의 재앙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자신이 학생 교육용으로 만든 가짜 뉴스에 맞서는 아홉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내용은 간단하다.
확실하지 않은 내용은 공유하지 않기, 글이나 영상으로 어떤 소문이 돈다면 관련된 사람을 실제로 만나 확인하기, SNS에 올라오는 사진은 출처를 확인하기, 어떤 이슈에 곧장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해석하지 않기,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기 위해서 반대되는 관점의 글도 찾아 읽기 등이다.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검색 엔진을 통해서도 사실 확인이 가능한데, 우리나라에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에서 운영하는 ‘SNU팩트체크(https://factcheck.snu.ac.kr/)’ 사이트가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인간은 우연의 일치에서 숨은 관계를 파악하고 싶어 한다’고 이야기한다. 진실보다는 나와 나를 둘러싼 집단이 믿는 이야기가 더 의미를 갖고, 이러한 의미가 음모를 만들어 내기 쉬운 세상이 되었다. 세상이 점점 ‘이상한 나라의 토끼 굴’이 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제는 나의 생각과 시간을 도둑맞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러야 할 때이다. 가짜 뉴스의 함정에 빠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