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25년 만에 초간본을 개정·보완해 증보판을 내놓습니다.
1998년 세상에 나온 『진주(晉州)이야기 100선(選)』은 부족함이 많은 책이었지만 필자의 첫 저작이었기 때문에 애착이 많이 갑니다. 비록 이 책은 오랜 시간 동안 진주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미 절판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차에 2023년 10월, 때마침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의 권유를 계기로 복간본 출간의 마음을 굳혀 옛 원고의 파일을 찾아내 고치고 보완하여 이렇게 증보판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초판 당시 진주토박이들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고 호기심을 자아냈던 모습을 기억하면서 「듣도 보도 못한 진주역사」란 부제를 달았습니다.
어떤 기억이라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면 결국 잊히거나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증보판을 만들면서 그때 기록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잘 말해줍니다. 세월이 지나면 흔적은 지워지고 기억은 잊히지만 기록은 남는다는 평범한 역사적 진리가 비단 이 책의 이야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 책은 1억2천만 년 전의 공룡시대 이야기부터 시작하지만, 진주 이야기들을 단순하게 연대기
처럼 나열하지 않는다. 김경현 작가가 〈진주신문〉 기자였을 때 지역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취재하고 모아놓았던 글감이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틈틈이 손질하여 거칠었던 이야기를 어루만지고 묵은 때를 닦아내며 한꼭지 한꼭지 써내려갔다. 저자는 진주의 알려지지 않는 이야기를 더 담고 싶었기에, 그래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보다 직접 채록한 전설이나 버려진 유물과 유적의 속살같은 깊은 이야기들을 많이 챙겼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진주의 옛 관공서, 학교, 병원, 교회와 봉수대나 문학사랑방 역할을 하던 은전다방, 구한말 진주 의병투쟁의 중심지 낙육재, 심지어 ‘진주라 천릿길’이라는 캐치프레이즈까지 온갖 것을 끌어모아 서술했던 진주 역사의 중심축에 있었던 이야기들이다. 그 속에서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스쳐 지나간다. 킹메이커 하륜 대감, 백의종군하던 이순신 장군, 진주민란의 류계춘 농민지도자, 백정의 아버지 강상호 형평운동가, 가요의 황제 남인수 가수, 한국무용사의 전설 최승희 무용수 등 불멸의 인물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주마등이 되어 우리 앞을 지나간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비석을 들여다본다. 알아보기 힘든 한자를 어렵게 읽어낸다고 해도 알 수 없다. 문득 궁금해지지만 그대로 잊힐 사연들, 그 사연들이 살아난다. 과장된 공치사를 늘어놓은 공덕비는 없지만 주인에게 충성을 다한 노비를 기리는 충노비, 전깃불을 밝힌 환희를 새긴 마을기념비, 예술의 혼을 교환한 예연기념비, 좌우익 갈등과 희생을 말해주는 우익인사의 반공유적비, 해방과 함께 부순 일본인 공덕비를 왜 다시 일본에 세웠는지에 관한 사연 등은 있었다. 최소한 이 책에 실린 100가지 이야기들은 이렇게 해서 다시 살아났던 것이다. 비석에 새겨진 죽은 이야기가 화석처럼 굳어져 석화가 피었지만, 이 책으로 인해 탁본처럼 유체이탈한다. 그리하여 다시 살아나 우리 눈앞에서 방금 일어난 일처럼 숱한 사연의 서사가 되어 역사의 생명을 이어갈 숨을 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