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성부, 성자, 성령으로 존재하는 하나님이 한 분이심(삼위일체)을 믿는다. 삼위일체 교리는 기독교의 초창기부터 신학의 중요한 주제였는바, 특히 20세기 중후반 이후로 삼위일체신학이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독일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의 신학적 공헌이 아주 컸다. 그래서 몰트만의 80회 생일을 기념하여 미국과 독일에서 그의 삼위일체신학을 성찰하거나 비평하며 또한 그의 논의를 확장하고 심화하는 작업들이 출판되었다. 이 작업은 미국에서는 예일대학교의 미로슬라브 볼프가 주도하였으며 독일에서는 하이델베르크대학교의 미하엘 벨커가 주도하였는데 두 사람 모두 몰트만의 제자다.
볼프 교수의 주도로 미국에서 출판된 본서에서는 볼프를 포함하여 학자 18명이 삼위일체 신학의 관점에서 인간(1부), 종교전통(2부), 신론(3부), 역사신학(4부)을 다룬다. 이를 통해 삼위일체신학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심오하게 인간 및 세계와 관련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부에서는 삼위일체신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베풂의 삶, 재산의 문제, 생명 경외, 우정, 성서 지혜문학에 기반한 신학적 인간 이해, 자연과학과의 대화를 통한 창조세계 이해를 다룬다. 2부에서는 삼위일체신학의 관점에서 교회론, 성령론, 종교 다원성 상황에서의 기독교 종교 신학 및 십자가 신학을 논의한다. 3부에서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관련된 젠더 이슈, 완전한 생명(삶), 섭리, 성령 기독론, 정의의 문제들을 다룬다. 그리고 4부에서는 교회 역사에서 삼위일체에 대한 몇몇 이해들과 몰트만의 삼위일체론과의 연관성을 종말론과 기독론,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 믿음과 예배의 관점에서 탐구한다.
본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현대신학에서는 삼위일체론이 단지 하나의 교리 또는 하나의 신학적 주제로 한정되지 않는다. 그 대신 삼위일체론의 관점에서 거의 모든 신학적 주제들이 새롭게 다루어지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에 몰트만의 신학적 기여가 아주 큰 기초와 토대를 제공하였는데, 이러한 점을 본서의 글들을 통해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본서에 기고한 학자 18명이 하나의 동일한 입장이 아니라 여러 다른 입장들을 지니고 있기에 광범위하고 방대한 다양성을 맛볼 수는 있으나 본서 전체로서는 하나의 통일된 체계성을 지니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독자들은 본서에 정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서를 기반으로 역동적으로 발돋움하여 각각 자신의 삼위일체신학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며 확장하여 나가는 귀한 작업으로 초대를 받는다. 부디 삼위일체신학에 기초한 다양한 분야의 신학적 발전과 심화가 가열차게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