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
“1929년, 전쟁 때 시험해 본 게 전부인 콘크리트 거룻배 하나를 누가 구입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근대 건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돔-이노 시스템을 고안하고 근대 건축 5원칙을 주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 작업물로 빌라 라 로슈, 빌라 사보아, 위니테 다비타시옹, 롱샹성당, 인도 찬디가르 도시계획, 라 투레트 수도원 등이 주로 언급된다. 그의 작업들은 대중에 종종 소개되곤 했다. 그러나 센강의 배 ‘루이즈-카트린’만은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다. 건축물의 형태가 아닌 물 위의 배이지만, 같은 시기에 작업한 빌라 사보아처럼 기둥(필로티), 수평 창, 옥상 정원 등 그가 정립한 건축 언어가 충실히 적용되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루이즈-카트린이 르 코르뷔지에가 남긴 역작 가운데 하나이자 건축가이면서 건축이론가로서 쏟은 그의 집념을 엿볼 수 있음을 설명한다. 르 코르뷔지에가 콘크리트 배를 만나기까지 연결된 인연들의 이야기는 그가 건축 세계에 들어서기 이전과 이후의 일생을 훑으면서 여러 갈래로 전개된다.
문화와 문명이 꽃 피운 벨 에포크 시대
파리 벨 에포크를 화려하게 장식한 그녀들의 이야기
1900년대 후반 벨 에포크 시대는 많은 문명과 문화가 꽃을 피운 때였다. 그중 콘크리트의 발명과 물에 뜨는 콘크리트 배의 등장, 건축 세계로 발전한 콘크리트 재료, 이를 대중에 소개한 파리 만국박람회가 이 책에서 언급된다. 당시는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파리로 몰려들었고, 여성의 활동에 비교적 제약이 적은 파리에서 실력 있는 여성 화가들이 활약했다. 그럼에도 아카데미에서 배척당한 이들을 중심으로 살롱 문화가 발전했고, 여기서 그들 간에 끈끈한 우정이 형성되었다. 루이즈-카트린 브레슬로와 마들렌 질하르트의 관계 역시 그렇다. 그리고 예술을 잇는 공익 목적의 ‘메세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시 안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모두가 공존할 방법을 고민하던 이들의 노력을. 이를 실천한 위나레타 싱어-폴리냑은 재봉틀 사업으로 부를 쌓은 가문의 딸로, 그녀의 존재는 구세군의 탄생, 예술가 후원 활동, 전쟁 이후 도시 재건을 돕는 자선 사업에 이어 루이즈-카트린 작업과도 연결된다.
루이즈-카트린은 여전히 센강에 떠 있다. 두 차례 침수를 겪고 지금은 허물이 벗겨진 채 출입을 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이 배에는 많은 인물의 사연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다.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 예술가들, 그들과 르 코르뷔지에와의 인연, 또 그의 일생,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도시 재건에 힘쓴 이들의 움직임까지, 『르 코르뷔지에, 콘크리트 배를 만나다』에 모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