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개정되는 고전,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은 1970년대의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다양한 세계관이 소용돌이치던 상황에서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갖고 신앙과 세계관을 고민하던 그리스도인에게 나침반이 되어 준 책이다.
출간 이후 이 책은 1970년대에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세계관 이슈가 나타날 때마다 그에 응답했다. 당시에 문화적으로 유행하던 흐름은 이후 뉴에이지, 포스트모더니즘 등 구체적으로 명명되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으로 부상했고, 1980년대 이후에는 공산주의 정권이 하나둘씩 무너지면서 마르크스주의를 사상으로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생기기도 했다. 기독교 입장에서 보았을 때 세속화라는 주제도 따로 짚고 넘어가야 했으며, 2000년대 이후에는 이슬람교를 다루어야 할 필요가 급부상했다. 사이어는 이렇게 현대 그리스도인이 고민해야 보아야 할 세계관들을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다루며 이 책을 개정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다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은 동료 전문가를 집필진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이 책은 2020년 출간된 6판까지 총 5번 개정되었다. 사이어는 2018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생애 마지막까지 개정 작업을 진행했고, 사이어의 여러 책을 편집하며 그의 의중을 잘 이해하고 있던 편집자가 개정 작업을 마무리했기에 6판까지 출간할 수 있었다. 이제 선보이는 한국어판은 바로 이 원서 6판을 출간한 것이다. 2007년에 4판을 번역·출간한 이후 16년만에 나오는 확대 개정판이다.
지성에서 마음으로, 세계관 논의의 확장
이전의 개정 4판은 단순히 내용의 확장이 일어난 것뿐만 아니라, 사이어가 기존에 제시한 세계관 논의가 ‘전제’ 중심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저자 스스로 반성하며 ‘마음’이라는 측면을 논의에 포함해 세계관을 새롭게 정의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했다. 확장된 세계관 논의에서는 세계관이 (1) 헌신이고, (2) 이야기 혹은 일군의 전제로 표현되며, (3) 옳고 의식적이고 일관될 수 있는 가정이고, (4) 우리가 살아가는 토대가 된다는 특징을 고루 강조한다.
그러한 가운데 사이어는 세계관이 다음과 같은 근본 질문을 다루며 누구도 이 질문을 피해 갈 수는 없다고 본다. (1) 진정으로 참된 최고의 실재는 무엇인가? (2) 외부 실재, 즉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본성은 무엇인가? (3) 인간은 무엇인가? (4) 인간이 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5) 지식이 가능한 까닭은 무엇인가? (6)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7) 인간 역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8) 이 세계관과 일치하는, 인격적이고 삶의 방향을 정하는 핵심 헌신은 무엇인가?
다원주의 시대를 살아가며 끝까지 고민한 신앙인
사이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기독교 세계관을 지닌 입장에서 각 세계관을 다루며, 자신이 기본적으로 지닌 기독교적 토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다원주의 세계에 살고 있으며 우리의 이웃, 우리 옆집(next door)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우선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한다. 이 책 원서의 제목이 “옆집의 우주”(The Universe Next Door)인 이유이기도 하다. 신앙인으로서 동시대의 여러 사상을 비평하면서도 자신이 비평하는 대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태도. 그러면서 자신의 세계관을 계속해서 개정하려는 태도. 이것이 사이어가 생애 마지막까지 견지한 자세다. 그런 그의 자세는 책을 마무리하며 서술한 다음과 같은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우리는 진전을 이룰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세계관이나 여러분의 개인적으로 갖는 세계관이 완벽하리라 생각하지 말고, 그 세계관이 가장 친한 친구의 세계관이나 목사님의 세계관과 일치하리라고 생각하지도 말라. 그 세계관은 여러분의 것이다.” 그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계속해서 고민하며 세계관을 세워 나간다는 그의 정신은 기독교 세계관을 두고 고민하는 많은 사람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 독자 대상
- 기독교 세계관 입문서 및 교과서를 찾는 독자
- 우리 시대의 정신과 기독교 신앙을 비교·대조하는 데 관심을 둔 독자
- 기독교 신앙 안에서 근대 이후 사상의 흐름과 대화하려는 독자
- 열린 마음과 비평적 태도를 고루 갖추고 싶어 하는 그리스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