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대서사시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알려진 《일리아스》는 현존하는 그리스 최대 최고의 대서사시로서, 《오디세이아》와 함께 오늘날까지 회자되어 왔다.
《일리아스》는 10년간에 걸친 트로이아 전쟁 중 그 마지막 해를 다루었으며, 전사들의 무용담이나 영웅들의 이야기, 결투 따위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일리아스》는 《오디세이아》와 마찬가지로 24편으로 되어 있으며, 총 행수가 1만 5,693행이나 되는 장편 대서사시다.
옛날에는 각 편마다 그 내용에 알맞은 이름이 붙어 있었으나, 기원전 3세기경부터는 그리스 문자의 알파벳 순서로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현재 남아있는 서양 최초의 문학 작품이다. 서양 예술과 철학의 원류인 《일리아스》가 오늘날 필독서 맨 앞자리에 놓임으로써 후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후대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초의 작품을 먼저 알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원전 작품이 현재도 널리 읽히고 있다는 것은 호메로스의 문학 수준이 대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리아스》를 분석해 보면, 일단 유명한 장수들은 주로 그리스 측에 포진해 있고, 트로이아 측에서 꾸준히 활약한 장수는 헥토르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테티스의 탄원에 따라 아킬레우스의 편을 들어주는 등 기본 플롯이나 얼개는 그리스 측 관점을 많이 담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제우스의 아들인 사르페돈도 트로이아 측의 장수로 출전해 사망하고, 수도 없이 죽는 무장 각각의 출신지와 삶이 드러나면서 이야기의 흐름은 어느 한편의 관점이 아니라, 그들도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돌아갈 가족이 있다는 인간 중심의 시선을 강조한다.
특히 트로이아의 총사령관인 헥토르는 좀 더 비중을 높여 묘사하고 있다. 파리스의 한심함에 분노하고, 결과적으로 패배하게 될 트로이아의 운명에 괴로워하며, 아내와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등 상당히 높은 비중을 할애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서술한다.
제우스 역시 아킬레우스의 영광을 위해 헥토르를 죽게 만들긴 했지만, 헥토르를 ‘인간 중 신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자’라고 부르며 시체만은 온전히 보존해 아버지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결말부에서 프리아모스와 아킬레우스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슬퍼하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리아스》는 단순한 전쟁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옛사람들이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뼈아프게 인식하고 그것을 받아들인 과정의 기록이다. 여신의 아들이면서도 죽어야만 하는 존재였던 아킬레우스는 신과의 경계에 있는 자이므로, 이 운명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고 격렬하게 반응한다. 그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역시 죽을 운명인 우리로 하여금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