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먹으며 알게 된 사실은 종이마다 맛이 다르다는 것?
석두는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잘하지 못해 속상하다. 친구들은 돌대가리 석두라 놀리고, 책을 읽는 대신 뜯어 먹어서 일명 ‘책 먹는 아이’로 통하기도 한다. 석두의 책 먹는 습관은 2학년이 되던 해부터 시작됐다. 책 좀 읽으라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방에서 억지로 책을 보다가 문득 책의 맛이 궁금해서 귀퉁이를 조금 뜯어 먹어 본 것이 시작이었다. 책의 맛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색다른 맛이 나지는 않았지만, 심심하고 밍밍한 맛이 마치 단물 빠진 껌을 씹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러 가지 책을 뜯어 먹으며 석두가 알게 된 사실은 책마다 맛이 다르다는 것! 어떤 책은 밍밍하기만 한데 어떤 책은 적당히 간이 된 것처럼 짭조름한 맛이 나기도 했다. 또 어떤 종이는 바게트 빵처럼 질겼지만 어떤 종이는 카스테라 빵처럼 촉촉했다. 석두는 이런 사실을 발견한 자신이 대견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수학책 맛을 아는 문재, 사회책 맛을 아는 배지, 국어책 맛을 아는 해력이
5학년이 된 석두는 책 읽기를 엄청 강조하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유명한 동화 작가이기도 한 이 선생님은 밀알 제도를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하고, 읽고 싶은 마음을 일깨워준다. 또한 여러 친구들이 석두를 도와 책을 재밌고도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을 알려주고,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수학책 먹는 문재, 사회책 먹는 배지, 국어책 먹는 해력이, 고전책 먹는 지혜 등의 친구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석두는 조금씩 책 읽기에 맛을 들여가고 점점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어간다. 게다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성적까지 오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석두는 자신이 돌머리 석두가 아니라 본래 이름인 명석한 머리인 금대가리 석두(晳頭)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놀라운 책의 맛을 알게 된 석두의 대반전 스토리
[문제] 하루에 12분씩 빨리 가는 시계가 있습니다. 오늘 오후 3시에 시계를 정확하게 맞췄습니다. 이튿날 오후 5시가 되면 이 시계는 몇 시 몇 분을 가리킬까요?
정답은 오후 5시 13분이다. 하지만 ‘이튿날’의 뜻을 ‘이틀 뒤’라고 알고 있다면 답은 오후 5시 25분이 된다. 석두는 고민 끝에 5시 25분이라 답을 적어 내고 수학 시험에서 낱말의 뜻을 몰라 문제를 틀린 것에 속상함을 느낀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수학 과목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사회 과목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단어들인 견제, 핍박, 장려 등과 같은 말의 뜻을 모르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고, 과목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결국 공부의 시작이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것인데, 이는 꾸준한 독서 습관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임을 석두는 깨닫게 된 것이다. 잊지 못할 5학년 한 해를 보낸 석두는 책이 너무 싫어 책을 뜯어 먹던 자신이 책의 참맛을 알고 정말 맛있게 책을 먹을 줄 아는 아이가 됐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