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작품을 전하는 새로운 방식
심원서집(心遠書集)』에 수록한 작품들은 지난 10년 동안 저자가 써왔던 글씨 중에서 일부를 모은 것으로, 거의 매일 쓰고 버리기를 반복하였으나 그래도 버리기 아까운 작품이 있어 이를 어떻게 보관할까 고민하게 되었으며, 서예 작품을 보관하고 전하는 방안으로 작품집 발간이 고려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보통 대형 작품은 배접하여 보관하고, 소형 작품은 책자 형태로 보관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보관 작품의 크기에 제약이 따르고, 또 많은 작품을 보관하기에도 한계가 따르게 마련이다.
이에 저자는 전통적인 보관 방법에서 벗어나 작품의 크기나 수량에 제한받지 않는 방법으로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 보관하는 방식에 착안하게 되었다. 심원서집(心遠書集)』에 수록된 저자의 작품 〈귀거래사〉, 〈전출사표〉, 〈비파행〉, 〈전적벽부〉는 각각 400x260cm, 780x300cm, 940x318cm, 592x290cm의 대형 작품으로 배접하여 보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디지털화가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을 디지털화하여 보관하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촬영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전문·특수 촬영 장비를 이용하려면 비용의 문제가 따르고, 작가 자신이 부족한 장비로 직접 작품을 촬영하여 괜찮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또 실제 작품을 배접하듯이 디지털화의 경우 포토샵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포토샵 과정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심원서집(心遠書集)』에 실린 작품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모두 파일로 만들어져 있으므로 언제든지 원하는 크기로 재현하여 볼 수가 있다.
작품의 디지털화로 희소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겠으나, 이것은 판화가 부딪히는 문제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또 출력본이 원본과 맛이 다르다고도 하는데, 최근의 기술 발전으로 출력본도 예술적으로 상당한 품격과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잉크, 종이, 천 등의 소재가 다양화되었고 점차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심원서집(心遠書集)』이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도한 서예 작품 모음집이기 때문에 다소 생소하고 정제되지 못한 점이 있다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라 판단하고 감히 서예 작품집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는 저자의 뜻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조언을 바란다.
心遠書集의 서체에 대하여-추천사 중에서
심원 선생의 전서는 〈석고문〉을 기본으로 주나라 시대의 각종 금문(金文)을 철저히 학습하여 매우 탄탄한 실력을 보여준다. 거기에 청나라 시대의 오창석까지 학습을 마쳐 전서의 세계는 거의 섭렵한 셈이다. 예서는 〈광개토대왕비〉와 〈사신비〉로 기본기를 닦고 〈예기비〉로 심화시킴으로써 단단한 기초 위에 변화의 창작 능력을 충분하게 갖추었다. 해서는 〈장맹룡비〉 등 북위시대 해서를 철저히 익힌 위에 구양순 필의를 더함으로써 이상적인 예술의 경지를 터득하였다.
행서는 왕희지의 〈난정서〉와 〈집자성교서〉를 익힌 후, 우리의 서성(書聖)인 김생에 침잠하여 오랫동안 연구와 학습을 병행하여 심원 선생의 독특한 행서 세계를 보여준다. 초서는 왕희지의 여러 〈간독〉과 손과정의 〈서보(書譜)〉를 충분히 학습한 자산과 심원 선생의 성정이 결합하여 맑고 유연한 예술세계를 구현하였다. 한글은 순전히 독학하여 한문 서예와 나란한 경지에 올려놓았으니 그의 열정과 노력은 범인으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결과를 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