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시대의 종말, 흙콘크리트 시대의 시작
시멘트 감축은 가능한가? 흙콘크리트 기술이 온다
기후 위기 시대, 건축의 현실적 대안, ‘흙의 건축’
2016년 기후 온난화 방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거의 모든 국가가 파리에 모여, 2050년까지 탄소중립를 목표로 합의했다. 올해 10월 탄소국경조정제도(CBAN)의 시행과 곧 있을 유럽 연합의 ESG 경영 보고서 제출 의무화로 기업들도 탄소감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건축 현장에서는 2050년까지 그 사용량을 철근 90%, 알루미늄 85%, 시멘트 80%로 감축해야 한다. 탄소감축은 이제 현실적인 문제이다. 그럼, 앞으로 건축은 무엇으로, 어떻게 지어야 한다는 말인가? 여기서 이 책, 「흙의 건축」(전2권)을 주목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흙건축의 비밀, ‘최밀 충전’
이 책은 새로운 시대 건축으로서 ‘흙의 건축’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이 책의 저자인 황혜주 교수(목포대)는 흙건축 자격증 1호를 받은 흙과 흙건축 전문가이다. 황 교수는 흙의 단점인 균열, 약한 강도 등을 극복할 기술을 책에서 소개한다. 「흙의 건축」(2권) ‘흙건축 3대 기술’에서 밝히고 있듯, 그 기술의 비밀은 흙을 ‘최밀 충전’하는 방법이다. 흙은 자갈, 모래, 실트, 점토로 구성되는데, 흙 요소들 사이에 빈 공간(공극)에 물과 결합재(석회, 유기물 등)를 알맞게 섞고 압축하면 강도와 단열, 중량이 최상인 상태의 건축용 흙(건축토)을 얻을 수 있다. 황 교수와 연구진은 연경도(함수량에 따른), 강성, 가소성, 응집성, 점착성, 팽창과 수축, 경도로 흙의 물리적 성질을 구분하여 최상의 건축토인 ‘최밀 충전’된 흙을 생산할 조건을 밝혔다. 또한 우리 흙의 입도 분포 곡선, 물과 섞었을 때 나타나는 점토 반응, 석회 반응 등 흙을 고강도로 만드는 이론을 소개한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건축물에 시멘트 콘크리트보다 월등한 흙결합재를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최밀 충전된 흙’을 ‘3D 프린팅 기술’과 결합하여 타설하면 비용 절감은 물론 생태환경 건축의 시대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보적인 우리 기술, ‘조선 콘크리트’
황 교수는 이 흙결합재를 ‘조선 콘크리트’라고 부른다. 조선 시대의 왕릉에서 발견되는 흙, 석회, 모래를 섞어 만든 단단한 ‘삼화토’의 맥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 붙인 이름이다. 우리나라 흙은 ‘실트’ 성분이 많아서 마르면 균열이 생긴다. 다른 나라 흙은 성분이 달라서 균열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흙의 약점인 균열을 극복하기 위해서 ‘최밀 충전’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고, 세계 건축계가 주목하는 가장 독보적인 우리 기술이 되었다.
생태 문명과 흙건축학교
황 교수는 아파트로 대변된 산업문명 시기의 건축물로 기후와 생태계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연간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이 1톤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1권 35쪽)이고 한 사람이 소나무 200그루를 매년 심고 가꿔야 할 양이라며, 우리나라 시멘트 사용은 심각하다고 말한다. 지구의 다양한 생명체들과 함께 할 새로운 시대의 ‘생태 문명’은, 인류문명과 함께 시작했고 아직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살고있는 ‘흙건축’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황 교수는 실제로 10년 전 전북 완주시에 〈유네스코 석좌 프로그램 흙건축학교〉가 설립된 이래로 책임교수를 맡아 흙건축 전문가들을 매년 배출해 왔으며, 최근에도 경기도 시흥시에 〈흙건축학교〉 캠퍼스를 여는 등 흙건축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플래닛03 출판사 출범, 첫 책
이 책은 출판사 〈플래닛03〉의 첫 책이기도 하다. 태양에서 세 번째 행성인 ‘지구’를 달리 표현하면, ‘플래닛(Planet) 03’이다. 생물 대멸종과 기후 온난화로 지구 생태계는 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 생태계의 위기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위험이다. 〈플래닛03〉은 책과 미디어를 통하여 인류가 머물러 있는 지구 생태계를 새롭게 느끼고, 폭넓게 바꾸어 생각하고, 부지런히 행동하고자 한다. 이 책으로 〈지구 생각〉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 책의 구성
책은 흙건축 이론과 실무를 구분하여 두 권으로 나왔다. 이론 편인 「흙의 건축 001-미래 소재, 흙」에서 황 교수는 인류가 유목 생활에서 정착 생활로 바뀌면서 흙건축의 전통이 시작되었으며, “오늘날도 지구 인구의 거의 절반이 흙건축에 살고 있다”고(6쪽) 전한다. 황 교수는 ‘모든 생명이 흙에서 산다’는 당연함에서 출발하여, 동서고금의 철학과 과학에서 ‘생명은 타자와 관계이며, 만물과 함께해야 지속 가능한’데, 흙이 생명과 분리할 수 없는 그 자체라고 정리한다. 또, 흙은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 시스템이 요구했던 아파트 문명에서 벗어나 지구를 살릴 ‘생태 문명’이자 ‘너그럽고 차별이 없는 문명’을 맞이할 따뜻한 소재라고 일갈한다. 흙 관련 담론 검토와 문명사 접근을 통해서, 황 교수는 생명과 관계 맺는 ‘공간론’, 불필요한 것은 없애자는 ‘기획론’, 우리 한옥 유전자와 생태환경 요소를 결합한 ‘디자인론’이라는 ‘흙건축 이론’을 제시한다. 또한 흙이 무엇인지, 종류에 따라 구성과 효과가 어떠한지를 밝혀서 흙이 갖는 물성을 체계화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