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20세기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선정된,
프랑스어로 출판되어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많이 번역된 책!
1942년 크리스마스에 맞춰 출간될 예정이었던《어린 왕자》는 작가의 완벽주의 때문에 늦춰져 1943년 4월 6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영어와 프랑스어로 출간되었다.《어린 왕자》는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미국의 비평가들도 매우 호의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특히《메리 포핀스》의 저자인 트래버스(Pamela Lyndon Travers)는 아주 멋진 서평을 썼다.
“《어린 왕자》에는 어린이용 책이 갖춰야 하는 세 가지 근본 소양이 빠짐없이 있다. 이 책은 심오한 의미로 진실하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메시지를 전한다. 더욱이 이 메시지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와닿는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그 메시지는 고통과 사랑을 통해 기꺼이 자기를 넘어서서 직면하는 영혼을 지녀야만 포착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출판되지 않다가 1946년 출간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후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해마다 40만 부 정도 팔리고 있으며, 2023년 통계로 1억 5000부나 팔렸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신 자료를 보면 1943년에 펴낸《어린 왕자》는 382가지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나오니《성경》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이기도 하다. 또한《어린 왕자》는 1967년 리투아니아 영화감독이 최초로 영화화한 뒤 여러 영화가 뒤를 이었으며, 영화 외에도 장편 애니메이션, 텔레비전 쇼, 뮤지컬, 오페라, 발레, 테마파크 등을 선보이며 세상에 울려 퍼졌다.
역사상 유례없이 많은 사람이 읽고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인 이 책의 놀랍고 신기한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을 번역한 고봉만 선생님은 ‘작품 해설’을 통해 “《어린 왕자》는 단편소설에 속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냥 소설이라 부를 수도 있으며, 산문시로 읽힐 수도 있다. 어린이용 이야기책이기도 하고, 철학책으로 볼 수도 있고, 소설 형식의 자기 계발서로 분류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심리소설이나 추리소설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한마디로 다잡아 말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그만큼 내용이 지극히 단순하면서 심오하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양상을 띠며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담아내고, 우리의 초상이 숨겨져 있어 그토록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닐까.
우리 가슴속에 오롯이 남아 있는 ‘되찾은’ 유년 시절의 신화이자
보이지 않는 것의 본질을 일깨우는 마법 같은 우화!
프랑스의 작가이고 비행사였으며 시인이었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어른이 되고 난 다음에도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놀이를 가르쳐주는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사로잡으며 그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이는 생텍쥐페리가 순수한 사고방식과 섬세한 영혼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남겨진 편지나 당시의 증언을 살펴보면, 실제로 아이들의 반응이 그가 글을 쓰는 데 큰 가르침을 주었다고 회고한다.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가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어 깊은 위로가 필요한” 친구 레옹 베르트를 위해 쓴 책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레옹 베르트에게” 자신의 책을 바친다고 말하면서, 속물적이고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어른들의 세계를 비판하며 가뭇없게 사라져버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다시 살려내 보여준다.
“의자를 몇 걸음 뒤로 옮기기만 하면 원할 때마다 석양을 볼 수 있을” 만큼 아주 작은 행성에 살던 어린 왕자는 “심술궂게 잘난 체를 해대는” 장미를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일거리도 찾아보고 무엇이든 배울 생각으로” 다른 행성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길을 떠난 어린 왕자는 지구에 오기 전 왕, 허영꾼, 술꾼, 사업가, 가로등 켜는 사람, 지리학자를 만나고, 지구에 온 뒤에는 뱀, 꽃잎이 세 개 달린 볼품없는 꽃, 메아리, 장미꽃, 여우, 전철수轉轍手, 장사꾼을 만난다. 그리고 마침내 고장 난 비행기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조종사를 발견하지만, 조종사를 만난 지 일주일쯤 지나 자신의 별로 돌아가야만 했다. 노란 뱀에게 발목을 물린 어린 왕자는 “나무가 쓰러지듯” 모래 위로 쓰러져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이야기 하나하나는 우화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 가운데 장미와 여우의 우화에서 삶의 지혜와 교훈을 배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테마는 보이지 않는 것의 본질일 것이다. 마음으로 볼 때 비로소 잘 보인다는 것, 진짜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린 왕자는 천진난만한 태도와 상상력으로 어른 독자마저 사로잡고, 그들이 어린 시절에 품었던 애정과 헌신을 일깨우라고 제안한다. “‘어린 왕자’는 우리가 지키고 싶은 순수이자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순수를 상징한다.”
어떤 별에도 정착할 수 없는 슬픔
_‘독후감’: 박연준(시인)
《어린 왕자》는 어떤 별에도 정착할 수 없는 자의 슬픔에서 기인한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아는 자는 드문 책이다. 이 책은 탐험하듯 읽어야 한다. 뛰어들고 헤매고 기다리고 머뭇거리고 한계를 느끼고 오르고 떨어지며…. 이 탐험은 몸의 탐험이라기보다 영혼의 탐험에 가깝다. 처음 《어린 왕자》를 읽은 자라면 잊고 몇 년 후 다시 읽어야 한다. 뛰어들고 탐험하고 느끼고 질문하고 몇 년 후, 다시 뛰어들고 스며들고 다시 몇 년 후…. 반복해서 읽어야 진가를 알게 되는 책도 있다.
그러므로《어린 왕자》는 평생에 걸쳐 여러 번 ‘다녀와야’ 하는 책이다.
《어린 왕자》는 자신이 어린아이였던 것을 기억하는 어른을 위해, 나아가 눈앞의 바쁜 일만을 좇느라 지구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어른을 위해, 그리고 어른은 알 수 없는 ‘아이만의 슬픔’을 위해 쓰인 책이다. 시간을 들여 탐험해야 한다. 깊고 넓다.
■■■새롭게 펴내는 ‘책세상 세계문학’은 이전 ‘책세상문고ㆍ세계문학’이 영미나 유럽 문학 중심의 세계문학 소개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3세계 문학에서 고전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 이념과 장르를 막론하고 문학이라 불리는 모든 형태의 텍스트를 선보였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지향점은 이어가되 작품 목록은 전면 재구성해, 고답적인 분위기는 덜어내고 젊고 현대적인 시각과 감각을 불어넣어 감성과 향수를 고양하는 문학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번역과 장정에 공들인 고품격 세계문학을 추구한다. ‘원문에 충실한 정확하고 우리말다운 번역’, ‘책 속에 들어 있는 또 하나의 작품 독후감’, ‘신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담은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 ‘작품의 개성을 살린 유니크한 디자인과 장정’을 바탕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읽어보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제대로 만든, 함께 읽는’ 책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고전은 단순히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지성의 토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