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민화 한 점, 365일 매일 행복
『365일 민화 일력』은 희망과 염원의 그림인 민화를 매일 한 점씩 감상하며 기운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366장의 민화와 그에 대한 해설을 실어 만든 책이다.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는 용과 호랑이,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학과 거북과 불로초, 과거 급제와 출세의 꿈을 담은 잉어와 쏘가리, 부귀와 풍요를 가져다주는 모란과 천도복숭아, 부부의 금슬을 상징하는 원앙과 공작과 나비, 가족의 화목과 번영의 뜻을 담은 토끼와 수박 등,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새해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우리 민족의 곁을 지키며 행운과 복을 가져다준 민화 속 주인공들을 총망라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화 박물관인 가회민화박물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국공립 박물관과 개인 소장품, 그리고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 보관 중인 작품까지 다양하게 모았다.
여기에 그림마다 핵심을 짚는 설명을 붙여 ‘보는 기쁨’과 ‘읽는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민화에 등장하는 식물과 동물, 그리고 상상으로 빚어낸 창조물들이 그림 속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림이 그려진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림에 투영된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인지를 친절히 풀어놓았다.
마음의 그림
조선 후기 한양의 청계천 광통교 부근에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의 ‘그림 시장’이 있었다. 그중에 서화사(書畫肆)는 주로 수준 있는 화원의 그림을 파는 곳이었다. 궁중 양식의 장식화, 사군자도, 산수화 등이 판매되었다. 조선 3대 화가 중 한 명인 장승업(1843~897)의 그림도 광통교 주변 서화사에서 거래되었다.
하지만 들고나는 이가 가장 많았던 곳은 서화사가 아니었다. 지전(紙廛)이나 지물포였다. 이곳에서는 주로 민화가 거래되었다. 특히 세밑이면 다가올 해 액막이용으로 문배도(門排圖)를 구입하려는 인파가 대거 몰렸다. 비단 세밑이나 새해만이 아니었다. 관혼상제를 비롯해 1년 365일 민중들의 삶에 민화는 빠질 수 없는 품목이었다. 결혼식에는 으레 금슬을 상징하는 원앙 그림이 들어간 병풍이 있어야 했고, 신혼부부의 방에는 다산을 기원하는 포도나 수박, 오이, 참외 같은 그림을 두었다. 회갑이나 칠순을 맞은 어른에게는 나비나 고양이 그림을 선물했고, 과거를 보는 선비는 물고기가 용으로 변하는 어변성룡(魚變成龍) 그림이나 게가 그려진 그림을 방에 걸어두고 꿈을 키웠다.
당대의 인기 소설인 『삼국지연의』, 『구운몽』, 『춘향전』 등의 줄거리, 담배 먹는 호랑이나 달에서 약방아를 찧는 토끼의 설화도 민화로 표현되었다. 이뿐 아니라 유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 여덟 글자를 그림으로 만드는 작업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소설조차 괴이하다고 내치던 유학자들도 공공연히 이런 그림을 선물하거나 병풍으로 만들어 방안에 모셔놓았다.
이 땅에서 살던 이들은 민화에 우리의 소망을 실현해 주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간절한 바람을 담아 민화를 그리거나 모셨다. 이것이 민화를 ‘마음의 그림’이라고 부르는 까닭이고, 우리 시대에 민화의 주인공들을 우리 곁으로 소환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