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광기의 심연에서 솟아오르며,
광기는 천재의 어두운 그림자와 같다.
광기가 없었다면 천재성도 없었을 것이며,
천재가 아니었다면 광기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
문제적 인간들은 우리에게 문제를 던진다. 인간이 무엇인지 답해보라고 수수께끼를 던진다. 불과 얼음, 광기와 천재, 온화함과 냉혹함이 한 마음 안에 동거하는 모순투성이 인간들. 우리의 마음은 그 기이한 마음들과 얼마나 다른가. 그들의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을 따져보는 것은 곧 우리를 둘러싼 삶을 이해하는 데 나침반 노릇을 해줄 수 있다. 그들의 정신을 절개해 들여다보면 만화경 같기도 하고 살풍경 같기도 한 풍경이 펼쳐지며, 때로는 경탄을 자아내는 숭고한 광경이 열리기도 한다.
폭풍우처럼 숨 가쁘게 몰아치는 특유의 문체로 저자는 문학과 사상과 정치를 가로지르며 문제적 인간들의 내면으로 난 한없이 어두운 미궁 속으로 직진해 들어간다. 안으로 찢겨 자기와 다투고 불화하는 인간들의 내면을 통과해 우리는 인간 존재의 보편적 역설을 만난다.
“천재는 광기의 심연에서 솟아오르며, 광기는 천재의 어두운 그림자와 같다. 광기가 없었다면 천재성도 없었을 것이며, 천재가 아니었다면 광기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 광기는 한계 체험까지 자신을 몰아갔던 내적인 충동의 다른 말이다. 그 광기의 충동이 열어놓은 지평 위에서 인간의 욕망과 절망과 희망이 새벽녘 안개처럼, 한낮의 햇살처럼 드러나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삶의 완성이 불가능한 꿈이듯, 인간에 대한 이해도 내 소박한 인식 저 너머에 있다. 그 아득함을 잠깐 엿보았을 뿐이다.” - ‘머리말’에서
글 쓰는 인간 ‘호모 스틸루스’의 매혹적인 주술
“고명섭은 눈과 귀와 코로 읽어낸 세상사를 자기 심장에 새긴 뒤 모든 죽어버린 이념과 시대와 인간에 박동을 부여하는 매혹적인 주술사다. 철저히 수공업적인 ‘글 쓰는 인간(Homo Stilus)’의 전형을 보여주는 고뇌 어렸으되 긴박한 그의 문체는 글을 읽는 내내 심장 박동을 가속화한다.
문학과 역사와 철학은 이미 경계가 녹아버리고 없다. 가히 지식 연금술이다. 거기에 광기로 얼룩진 20세기 인간 군상들이 숨 쉬고 있다. ‘천재’란 시대가 개인을 빌려 얼굴을 나타낼 때 모습이다. 《광기와 천재》는 그 광기로 우리를 안내하는 혀다. 다만 한 가지 경고를 덧붙인다. 조심하라! 또 조심하라! 침을 삼키게 하는 글의 유혹은 생각의 관절을 무시로 버근거리게 한다.” - 서해성(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