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들상모 살랑살랑, 우리 마을 들썩이는 신명나는 종합 예술 한 판
농악은 타악기 합주와 상쇠의 소리, 연주자들의 퍼포먼스와 잡배들의 연극 등이 어우러진 놀이이다. 본디 마을의 공동체 문화로서 관객과 공연자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으며 공연중에도 서로의 소통이 중요하다. 지역 공동체에 기반하기 때문에 지역별 특성이 나타나지만, 서로 간의 교류나 전문 농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기법과 형식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남원농악은 호남좌도농악에 속하며 마을농악에 기원을 두었지만 걸립패 활동, 전국구 경연 등을 통해 전문 연희패 농악으로 발전한 농악이다. 그래서 호남좌도농악의 특성, 마을농악의 특성, 걸립농악의 특성, 전문 농악의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당산굿, 샘굿처럼 마을의 기반을 존중하고 기리는 부분과 기복적 성격이 드러나는 고사소리는 마을농악의 특성을 보여준다. 다른 마을의 초청에 의해 연행되는 걸립농악의 경우에는 마을에 들어갈 때 들당산굿, 나갈 때는 날당산굿 등의 절차를 밟는다. 연예농악으로 전환된 농악은 마을농악과 단절되거나, 걸립농악의 전통을 잊어버린 경우가 많으나 남원농악은 공연예술적 성격은 물론 마을농악, 걸립농악의 속성도 보전하고 있어 의미가 깊다.
한편 개꼬리상모라고도 불리는 부들상모는 호남좌도농악에서 사용되는 상모로서 우도농악의 뻣상모에 대비되는 부드러운 상모이다. 부드럽기 때문에 다루기 힘들지만 표현 영역이 넓다. 부들상모놀이를 배우는 일이 쉽지 않아서 좌도농악에 속하지만 부들상모를 쓰지 않는 농악대도 있으나 남원농악에는 부들상모놀이가 온전한 형태로 계승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단이 일정한 규칙대로 조합되어 기능한다는 점, 고사소리로 전승되는 악곡의 수가 많고 가사의 완성도도 높다는 점, 판굿 중 후굿에서 연극 공연 같은 구성의 도둑잽이굿이 연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판굿은 넓고 평평한 터에서 이루어지는 굿으로 연희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굿이다.
남원농악은 그 역사성, 예술성 및 기술성, 대표성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전승 방식은 보유자 없는 보유단체 방식으로 하여 남원농악보존회가 보유단체로 인정받았다. 남원농악보존회는 1년에 한 차례씩 하는 공개행사 외에도 크고 작은 공연을 진행하고 있고, 타지역 농악단을 초청하여 함께 공연하거나 초청받아 공연하는 등 문화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단체회원 및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전수교육을 하는 한편, 학술세미나, 자료집 발간 등을 통해 홍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마을농악을 농악의 건강한 전승을 위한 기반으로 보고, 지역 곳곳에 강사를 파견하여 지도하거나 면·동 대항 경연대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민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이 책은 2022년 국가무형문화재 영상기록물 제작 당시 남원농악보존회의 실연 및 인터뷰를 토대로 한 기록화 도서로서 남원농악의 역사와 특징, 구성과 내용, 문화재 지정 경위 및 전승 현황 등이 담겨 있다. 연행 순서대로 굿의 종류와 굿을 이루는 장단의 구성을 분석하였고, 장단 및 말장단은 정간보로 표시하였다. 상모놀이의 방법을 단계별로 나누어 사진과 함께 실었으며, 진을 이루는 방법과 형태를 도식화하여 실었다. 전라좌도농악의 상징인 부들상모의 제작 과정과, 각 치배들의 복색 및 악기 사진도 수록하였다.
농악은 농촌의 음악으로 정의되곤 한다. 하지만 농악이 형성되어 온 긴 시간 속에서 대부분의 마을은 농촌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농악을 도시와 구분되는 농촌의 음악으로 한정하기보다 공동체의 조화와 소통을 위한 음악으로서 주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에 이른 남원농악이 보전을 넘어서는 농악의 새로운 활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