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식탁 위의 음식은
어떤 역사를 담고 있을까?
인류의 마지막을 다룬 영화의 끝에서는 생존자들이 바다를 찾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그들은 왜 문명을 등지고 바다로 향하는 것일까? 『홍익희의 단짠단짠 세계사』는 그 이유를 ‘빙하기에서 인류를 구한 홍합’에서 찾는다. 4만 7천 년 전 절멸을 눈앞에 둔 3,000명의 호모사피엔스를 살린 것은 아프리카 해안의 조개류와 해조류였으며, 현생인류는 그들의 자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많은 예술작품에서 조개가 탄생과 부활의 상징으로 쓰이는 것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홍합으로 살아남은 기억이 있어서란다. 지루하기만 했던 선사시대 이야기에 ‘홍합’을 넣었더니 이렇게 깊은 맛이 우러날 줄이야!
베스트셀러 『유대인 이야기』의 저자 홍익희가 밝히는
유대인이 세계인의 식탁을 지배하는 이유!
베스트셀러 『유대인 이야기』, 『유대인 경제사』 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유대인 전문가로 자리 잡은 저자 홍익희, 그가 식탁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KOTRA 해외 근무 중 만난 다양한 음식과 그 속에 담긴 역사에 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는 산업스파이를 통해 종자를 빼돌린 특수 작물이었고, 어디에나 녹아 있는 설탕은 삼각 무역으로 독점한 악마의 창조물이었다니, 우리가 만나는 음식은 생존의 수단을 넘어 역사를 발전시키는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유대인이 어떻게 세계인의 식탁을 지배했는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독점과 대량 재배를 통해 최대의 이윤을 얻은 향신료부터, 철저한 분업화와 표준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 네덜란드의 청어 산업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무장을 최소화하고 선적량을 최대화한 화물선의 발명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역사 속에서 싹을 틔우고 발전해왔는지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끊임없는 견제와 결핍 속에서 특유의 고집스러움과 혁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유대인들의 모습은 달콤짭짤한 역사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다.
파라오는 빵으로 피라미드를 쌓았고
징기스칸은 육포로 제국을 건설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배층은 그럴듯한 명분보다 한 끼의 식사에 권력이 좌우됨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집트의 파라오는 공기 중의 효모균에 의해 자연 발효된 최초의 발효빵에 주목했다. 기존의 말라비틀어진 빵에 비해 부드럽고 폭신한 빵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파라오는 빵을 독점했고, 화폐로 사용해 관료와 노예들에게 공급하며 피라미드를 쌓았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은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가장 와닿는 문장이 아니었을까?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도 마찬가지다. 밀 생산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경제적 안정을 꾀했고, 소금 전매제도를 전국 단위로 실시하고 군부대에 독점판매권을 주어 보급부대 지원 없이 주둔 경비를 해결하도록 했다. 칭기즈칸은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장병이 먹을 말젖 분말과 육포 가루를 안장 밑에 두고 다니며 식사를 해결하게 했다. 식사대용 쉐이크를 전투식량으로 삼은 셈이다. 보급부대 없이 하루에 200km에 달하는 몽골 군사들의 기동력은 오늘날 3G와 5G의 속도 차이나 다름없었다.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차지했던 몽골 제국의 힘도 ‘짬밥’에서 비롯되었다니 놀랍지 않은가?
책에는 이 외에도 매운탕이 된 이스라엘 잉어, 바이킹의 잔치였다가 카지노의 상징이 된 뷔페, 적선 전용 음식이였던 빈대떡 등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등장한다. 여행과 미식이 취미라면 선사시대(에피타이저)부터 현대(디저트)까지 5코스로 풍성하게 차려진 『단짠단짠 세계사』 에 주목해보자. 든든하고 다채로운 역사의 향연이 독자 앞에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