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악몽, 휘청이는 기업, 무기력한 사회 분위기까지
냉철한 분석과 객관적 통계로 일본 읽기
일본은 거품경제 붕괴 후 제로 금리, 디플레이션,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장기화한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잃어버린 30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나쁜 엔저’ 현상으로 물가 인상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최근 일본경제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하라다 유타카 나고야상과대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지금 일본은 청나라 말기를 닮았다”라고 주장해 일본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어쩌다 일본이 몰락의 문턱에 섰다는 위기론까지 나오게 된 것일까? 이 책은 일본이 겪고 있는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과 쇠락의 신호들을 경제, 정책, 산업, 인구 문제를 통해 들여다본다. 구조조정, 산업 체질 개선, 낡은 규제 폐지 등을 회피해왔고.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 때문에 기술 혁신 시기를 놓친 결과, 일본경제가 휘청거리는 것이라 진단한다. 또한 이러한 영향으로 일본경제의 활력이 저하됨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믿고 있던 엔화 불패의 신화도 흔들린다는 분석도 들려준다.
일본 위기론은 수십 년간 반복되었지만, 체계적인 자료에 근거해 일본이 정말 한물갔는지 따지고 든 책은 거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각종 경제지표와 통계, 구체적인 사례, 현장 취재를 근거로 일본 위기론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며 일본이 위기를 맞고, 대응에 실패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한국경제신문 도쿄 특파원이
심층 취재와 경제지표로 들여다본 일본의 쇠락과 부활!
이 책의 저자는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연수와 특파원 생활을 하는 동안 매일같이 ‘일본의 변화’를 기록해왔다. 이를 토대로 일본 정부의 통계, 이를 해석한 전문가 보고서, 언론 해설 기사 등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예전 같지 않은 일본의 현재와 그 원인을 객관적으로 살펴봤다. 이 책은 그 결과물로 크게 네 개 Part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본 통치 구조의 약점이 노출되며 ‘눈 깜짝할 사이 후진국’이 된 상황을 다양한 통계와 소비시장의 변화 등으로 설명한다. Part2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높은 규모의 ‘코로나 예산’을 쏟아붓고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느린 회복 속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전자정부’를 구상하고도 팩스와 플로피 디스크로 업무를 보는 관공서 등 일본 정부와 행정 서비스의 패착을 짚었다. Part3은 1990년대까지 세계를 석권했던 일본 대기업들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추적했으며 Part 4는 일본의 인구 문제를 다뤘다.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노인들만 남는 것이 한 나라를 어떻게 시름시름 앓게 하는지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기록했다.
한국과 일본, 원팀이
탈꼴찌 경쟁이 아닌 1등 경쟁을 만든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추락을 나타내는 통계,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은 순위표를 보여주는 건 일본을 깎아내리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일본이 저지른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 정부와 기업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올바른 방향을 도출해내서 일본이 빠진 장기 저성장의 늪을 피해 가는 데 일조가 되는 것이 이 책의 취지다. 더 나아가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험난한 미래에 함께 대처할 수는 없을까?’라는 화두를 던진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과 일본이 단순한 경제 협력 이상으로 간절하게 손잡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10~20년 앞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제조업 국가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이 필수이고 일본은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 없이 미래가 없으므로 한·일 원팀은 드림팀이 될 수 있다.
저자는 한·일 양국이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덜 못하기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잘하는지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일 모델을 만들어 환경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경쟁, 탈석탄 사회를 실현하면서 강한 제조업 역량을 유지하는 경쟁, 개발도상국을 원조하는 경쟁 등 양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안도 들려준다. 이를 통해 한·일 원팀이 당장 미국과 중국 수준의 초강대국이 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미국과 중국에 뒤지지 않는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