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볼까?’란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독립 후 혼자 지내기 외로워서, 친구가 키우니까 등 키우고 싶은 이유도 다양하다. 하지만 선뜻 키우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책임감’ 때문이지 않을까. 강아지는 물건이 아니라 한 생명이다. 끼니마다 밥을 챙겨줘야 하고, 종종 간식도 줘야 하고, 매일 일정 시간은 놀아줘야 하고, 씻기는 것은 물론 미용도 필요하다.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간병도 해야 한다. 그 과정을 보면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과 진배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강아지 입양을 선택한다. 그것도 유기견 센터에서 가장 인기 없는 강아지로 말이다.
저자가 유기견 센터에서 ‘포레’를 만난 순간과 입양을 결심한 계기는 너무도 우연적이었다. 그래서 운명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깃털보다 가벼운 이 친구의 현재와 결코 가볍지 않았을 어두운 과거”를 감당하겠다고 결심했던 순간이 저자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한 글귀를 읽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쩌면 “함께라면, 이겨내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 “함께라면, 우린 언제나 괜찮을 것이다”라는 문구는 포레로부터 위안을 얻은 저자의 주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저자가 포레로부터 마냥 위안을 얻은 것만은 아니다. 포레와 함께하려면 이겨내야 하는 위기의 순간도 존재했다. 독립과 함께 부딪힌 경제적 위기, 궂은 날씨에 산책을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아무리 바빠도 꼭 챙겨줘야 하는 포레의 산책, 이유 없이 부리는 포레의 투정, 시간이 지나도 이해할 수 없는 포레의 행동 등이 그때이다. 이런 순간순간을 잘 이겨내고 저자는 “나에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포레와 함께하면서 받은 위안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포레에게 받은 위안만 구구절절 그리지 않아 저자의 마음을 좀 더 공감하고, 저자의 생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도넛 낀 강아지 포레』는 마치 내가 포레의 보호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해주기도 한다.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면 어떤 상황인지 쉽게 상상할 수 있어 저자의 마음에 공감하기 쉽고, 포레의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 있어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만 같아서다. 또 에피소드 중간중간 반려인의 잘못된 행동이나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 하는 예비 반려인의 잘못된 생각을 꼬집는 부분을 읽으면 통쾌하기도 하다. 게다가 끝난 줄 알았는데 끝나지 않은 이야기 행렬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에는 ‘벌써 끝?’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그만큼 저자와 포레의 이야기에 빠져든 탓이다.
저자는 “너의 아픔이 달콤함으로 치유될 수 있길” 바라며 포레에게 달콤한 도넛을 전한다. 그리고 포레는 “포레가 채워줄게”라며 저자의 구멍 난 가슴을 사랑으로 채워주었다. 이런 자신과 포레와의 만남이 누군가에게 좋은 인연이 되길 바라는 저자의 진심이 독자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