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2년 아편전쟁 이후부터 오늘날까지의 중국 근현대미술
근대화를 향한 치열한 고민과 실험, 전통과 혁신의 조화, 동시대 미술세계 모색에 이르기까지
중국 근현대미술 또는 중국 모던미술이란 무엇인가? 중국이 세계 미술계의 일원이 되면서 중국 예술가들은 수묵화, 목판화 등의 전통적인 매체를 비롯해 비디오, 디지털 사진, 설치 예술, 퍼포먼스 등 새로운 매체와 방식을 실험하며 이전과는 사뭇 다른 미술세계를 모색하고 있다. 세계·중심·현재와 지역·주변·과거의 연결, 복잡다단한 정체성 사이의 긴장은 예술가들을 그물처럼 엉켜 있는 미적·사회적·경제적 힘 앞에 마주서게 한다. 이 그물 안에 있는 어떤 가닥이 중국 근현대미술을 ‘모던하게’ 만드는가? 또한 어떤 가닥이 중국 근현대미술을 ‘중국적으로’ 만드는가? 포스트모던 사회가 훗날 폐기할 만한 본질주의적인 질문들이나 20세기 중국 미술은 이러한 근본 개념들을 놓고 끊임없이 고민한 바 있다.
1842년 아편전쟁에서 패한 뒤 개항 도시로 서양 문화가 밀려들어오고, 청조 전복 이후 1910년대 신문화운동이 펼쳐지는 가운데 ‘미술’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확산되면서 중국 미술은 커다란 부침을 겪었다. 1920년대와 30년대 사상적·이론적 경향의 유입과 논의, 유학파를 통한 서양 미술의 습득, 미술교육 정책의 변화와 예술학교의 설립, 중일전쟁이 종전하던 1945년까지 계속된 국민당과 공산당 치하의 항전활동 등 시대가 급변함에 따라 미술계는 중국 미술의 본질을 지키며 변화에 동참하기 위해 힘썼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과 인민대중을 위시한 국가 주도하에서의 예술의 헌신, 권력 다툼과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이어진 사회주의 리얼리즘 화풍의 확산과 홍위병·공농병 미술의 전개, 마오쩌둥 사후 불어온 변화의 바람과 실험적인 현대미술의 시작, 1989년 천안문 사태와 개혁개방 정책이 불러온 시장경제 도입하에서의 중국 미술의 새로운 역할, 2000년대 비엔날레와 국제 전시에서 이루어진 담론의 진행 등 20세기 후반기와 21세기 초입 역시 변화로 넘실댔다. 중국 근현대미술은 동서양 문화와 이념의 갈등, 민주와 독재,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전통미술과 서구상업주의 등 갖가지 모순이 대립하는 상황 속에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화면으로 구현하고, 시대의 변화를 요청하는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 책 『중국 근현대미술: 1842년 이후부터 오늘날까지』는 이러한 변화에 따른 중국 근현대미술의 치열한 고민과 변모, 실험과 모색을 중국 근현대사의 문맥을 통해 제시한다.
영문판과 중문판을 비교하여 촘촘하게 맥락을 채운 한국어판
미술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연표와 지도, 300여 장에 달하는 시대별 도판, 중화권·영미권 인명 모음 수록
중국의 사회·정치·경제 환경과 미술의 관계는 유독 복잡했다. 중국 근현대 예술가들은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며 동시대 사건에 반응했고, 변화 앞에서 시대 상황을 생생하게 작품으로 펼쳐냈다. 이 책 『중국 근현대미술: 1842년 이후부터 오늘날까지』는 서구열강이 중국 해안에 반식민적 개항 도시들을 세운 시기를 비롯하여 현대적 열망과 전통에의 애착이 교차하며 근현대 중국의 미술 세계를 창조해낸 다양한 방식을 추적한다.
제1장은 아편전쟁 이후 조약항 상하이를 배경으로 국화와 서예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내외 후원 방식, 사진 및 석판화의 신기술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제2장은 청일전쟁 패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여 서양 미술과 미술교육 방식이 중국에 어떻게 소개되었는지 안내하면서, 1911년 신해혁명과 1910년대 후반의 신문화운동 이후 1세대 유학파 화가들이 귀국 후 어떤 활동을 펼쳤고 새롭게 수립된 이론 구조와 예술 제도 안에서 서양식 회화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해 살핀다. 제3장에서는 대대적인 서구화에 맞선 국화가들의 대응을 다루며 대학, 전시회, 잡지, 학술지, 미술계 등 근현대적 제도에 기반한 유학파 예술가들의 활동을 조명한다. 제4장에서는 1930년대 국제적인 모더니즘 미술로 눈을 돌려 근대 유화, 목판화, 최신 유럽풍 그래픽 디자인에 주목하는 예술단체들을, 제5장에서는 전통 수묵화 운동의 부상과 최초의 황실 소장품 전시회를 통한 미술계의 비약적인 발전에 대해 살핀다.
제6장에서는 1937년 일본 침략과 함께 시작된 8년간의 중일전쟁, 이어진 4년간의 국공내전 동안 창조적 활동을 멈추지 않으려던 예술가들의 노력을 소개한다. 전쟁을 피해 예술가들이 내륙으로 흩어지면서 중국 근현대미술은 지리적 범위, 예술적 개념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제7장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의 미술사에 대해 다룬다. ‘혁명 미술’에 대한 이념적 정당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실행, 서구적 형식이 공식 예술로 제도화되는 과정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8장에서는 1949년부터 1966년 사이 공산당 정권하에서의 국화·연환화·목판화가 어떻게 이념화·정치화되면서 변화하였는지를, 제9장에서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문화대혁명 시기 극단적 마오이즘 아래 하방운동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제10장은 마오쩌둥의 사망 이후 통제 완화, 점진적인 개방 속 사회주의적 유토피아주의 거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젊은 예술가 세대가 새로운 언어로 선보인 ‘85신조운동, 1989년 2월 자유분방한 활기로 넘쳤던 《중국/아방가르드》전, 1989년 6월 4일의 비극적인 천안문 사태에 대해 조망한다.
제11장에서는 영국식민지였던 홍콩과 일본 식민지였던 대만의 미술에 대해 살핀다. 식민지 시기를 전후하여 지역성을 바탕으로 독특한 미술 세계를 꽃피운 이 ‘대안적 중화’ 두 곳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 속에서 중국은 물론 세계 미술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제12장에서는 중국의 모던과 포스트모던 미술운동의 미학적·정치적 분투가 나타나던 1989년부터 2000년 사이의 시기를 다룬다. 국제 여행 제한과 예술의 검열이 완화되면서 이 시기 예술가들은 중국 내에서 실행할 수 없었던 활동들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제13장은 국제 비엔날레를 위시한 새로운 전시구조, 국내 경매회사와 개인 갤러리를 위시한 새로운 경제구조, 예술과 예술가를 위한 전례 없는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있는 새로운 후원자 계층을 논의하며, 세계 미술시장 안으로 빠르게 녹아든 중국 미술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중국’다운 ‘모던 미술’이란 무엇인가? 지난 180년간 중국의 근현대화 과정에서 제기되어온 미학적·이론적 질문들이 실제로 정확한 답을 얻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그 모든 질문들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시련과 변화 속에서 중국 근현대미술은 과거를 기록하고 또 다른 질문 앞에서 분투하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이룩한 중국 근현대미술의 여정을 살피고자 하는 독자, 무한히 펼쳐질 중국 미술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