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치매 초기의 일
치매 증상이 중기 이후까지 진행하면
사기꾼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사기당하는 일들이 줄어들게 된다
‘초기’치매의 경우 평균적으로 10년 정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증상에 따라 초기, 중기, 말기 3단계로 나누어지며 10년이라면 초기 2년, 중기 3년, 말기 5년 정도가 하나의 기준이 되지만 실제로는 개인차가 상당히 있다. 그러면 치매 증상이 어떻게 진행해 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초기에는 기억 장애가 나타나는데, 이는 대체로 다음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바로 ‘기명장애’와 ‘상기장애’다. 초기 치매의 경우 지능은 유지되지만, 진행성 ‘기명장애’가 일어나고 있어서 같은 것을 몇 번씩 물어보는 일들이 많아진다. 또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현저해져 찾으러 다니는 일들이 많아진다. 초기에서 중기로 다가가면 ‘지남력장애’가 나타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지금 몇 시쯤인지, 현재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모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길을 잃기 쉽다. 사실 치매는 증상이 가벼울 때일수록 길을 잃기 쉬운 것이 스스로는 “아직 그럭저럭 잘할 수 있다”라고 생각해 외출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기억부터 사라진다
핵심 증상은 지금의 의학으로써는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
약을 투여해도 진행을 다소 늦춰주는 정도
치매 증상은 ‘핵심 증상’과 거기서 파생한 ‘주변 증상’으로 나누어진다. 두 가지 증상 중 ‘핵심 증상’은 치매 환자 거의 모두에서 나타나는 증상인데, 크게 4가지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증상은 역시 ‘기억 장애’다. 단기 기억부터 잃어버리기 시작해 점차 장기 기억을 잃어간다. 두 번째 증상은 ‘실행(失行)’ 즉 행동하는 방법을 잃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늘 해왔던 ‘동작이나 행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예를 들면 갑자기 옷 입는 방법을 모르게 된다든지,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들을 말한다. 세 번째 증상은 ‘실언(失言)’이다. 이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되거나 또한 자신이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사람의 이름이나 사물의 이름을 모르게 되는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네 번째 증상은 ‘실인(失認)’이다. 이는 눈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초기ㆍ중기 환자는 정도의 차, 개인의 차,
불안과 불만, 초조와 갈등
모순된 여러 가지 감정 속에서 살고 있다
환자의 건망증이나 실수들에 대해 심하게 대하면 대할수록 환자를 낙담시키고 불안 초조감이 들게 한다. 그런 스트레스 가득 찬 환경, 그러니까 ‘항상 야단맞는 상태’에 놓이게 되면 치매 진행을 앞당기고 문제 행동들의 악화로 이어진다. 가령 엄하게 혼내면 이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환자는 “또 혼날지도 모르겠네” → “여기서 도망가고 싶다”라고 생각해 그것이 배회로 이어지면 간병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치매 환자는 일부러 게으름 피우거나, 잊어먹거나, 할 수 없는 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치매는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질병이라는 것을 가족들이 머릿속에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환자에게는 안심할 수 있도록 상냥한 말을 계속 건네줘야 한다. “괜찮아요” “힘드시겠어요” “큰일이네요”와 같이 항상 공감하는 말을 해주고 환자들이 ‘즐겁고’ ‘기쁘고’ ‘좋아하는’ 긍정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환자가 무언가를 해냈을 때는 그 즉시 칭찬을 해준다. 그러면 환자는 불안이 없어지고 의욕이 높아진다. 환자가 즐거워하고 자신감을 되찾으면,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