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이익과 인연, 정치적 유불리, 진영 논리를 넘어
민주주의의 가치, 국민을 위한 정치 회복을 향한 단심
오늘날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한국 정치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사회에 산적한 모순과 난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정치가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의 미래와 민생을 위해 함께 소통하고 있는가?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토론과 대안의 제시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무엇과 싸울 것인가』의 저자 조응천의 대답은 거침없다.
그는 안타깝게도 우리의 정치 현실은 “양극단의 막장 대결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거대 양당은 총선이나 대선과 같은 전국단위 선거가 있을 때에만 경쟁적으로 무당층이나 중도층을 향해 애절하게 구애를 벌인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이어트 요요 현상’처럼 곧장 고정 지지층, 특히 강성 지지층을 향해 맹렬히 돌아간다.”며 우리 정치가 극복해야 할 큰 문제로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와 비토크라시를 유발하는 팬덤정치로 꼽고 있다.
조응천은 2016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으나, 정치 입문의 길을 열어준 문재인 정부 때도, 사법연수원 동기생인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개인의 이익이나 사적 인연, 정권의 유불리, 진영 논리에 연연하지 않은 채, 민주당을 국민의 지지를 받는 민주·윤리·대중적 정당으로 다시 만들고 더 나아가 쓸모 있는 의회정치를 복구하기 위해 줄곧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 유명하다. 2022년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자 폭주를 거듭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가차 없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은 21대 국회의원 임기 동안 현실 정치에 대해 했던 발언을 기초로, 우리 정치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과제에 대해 점검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1장 “법치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는 검찰 출신을 비롯한 법 기술자를 대거 행정부의 요직에 등용하면서 하위 법인 ‘시행령’을 통해서 ‘법령’을 무력화하는 등의 다양한 법치주의 붕괴 사례를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법치주의가 무엇인지,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장 “정치의 부재와 민주주의의 위기”에서는 거대 양당체제에서 의회 민주주의와 당내 민주주의가 어떻게 훼손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3장 “권력분립의 위기와 법 위의 권력”은 윤석열 정부의 오만한 통치행태가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균형장치인 권력분립을 무너뜨리는 현상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4장 “리더의 자질, 정치인의 자격”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자격에 대해 돌아보며, 정치가 누구를 중심에 두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도록 한다. 특히 이 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야당 대표와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평가하요 그의 비판이 가지는 균형감을 엿볼 수 있다. 5장 “2024년의 선택”은 당장 한 해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생각해 볼 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고, 6장 “원칙과 소신, 조응천의 길”에서는 정치인 조응천의 원칙이 무엇인지와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바람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대해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과 무관하게 혹은 이제는 더이상 정치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할지라도 한 번만이라도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봤으면 한다.”고 추천사에서 말하고 있다. 현실 정치의 사례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돌아볼 수 있는 훌륭한 정치 지침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