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의 시각으로
포착한 ‘결정적 순간’들
사진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미술사와 같이 특정 사조나 스타일로 분류할 수 있지는 않지만, 200여 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시각 예술’ 중 가장 빠르게 발전해왔다. 사진술의 전신이 되는 ‘카메라 옵스큐라’가 현대의 디지털 DSR이 되는 과정, 당시 발명가이자 과학자인 니세포르 니엡스가 실험 과정을 거쳐 남긴 최초의 이미지 〈그라의 창문에서 바라본 조망〉부터 지상에서 대략 150에서 200미터 위에서 촬영한 ‘초고해상도’의 이미지 〈염전#13〉까지.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진술에 필요한 장비들이 발전했고, 이를 사용하여 포토그래퍼들은 분주히 주변의 세상과 세계를 담았다. 거기에 피사체를 바라보는 포토그래퍼의 개성 있는 시선이 더해지며,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왔다. 그 순간들은 포토저널리즘, 파파라치 사진, 프로파간다와 같이 이념적 의미를 담기도 하고 상업 광고, 패션 영역에서는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사진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50개의 주요 사진 작품을 통해 포토그래퍼들이 선택한 사진의 주제, 사진 장비 기술력의 발전으로 변화된 표현 방식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한 컷의 사진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사진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산업과 함께 그 영역을 확장했다. 신문과 잡지 『라이프』 지와 같은 대중매체의 발달은 포토저널리즘의 영향력을 넓혔고, 전쟁의 참혹함(베트남 전쟁, 크림 전쟁, 남북 전쟁 등)을 알리거나, 이민자와 노동자의 고된 삶(〈이주민 어머니〉, 〈기계공과 증기 펌프〉, 〈뉴 브라이튼, 영국〉)을 포착하여 당시의 사회적 이슈를 담았다. 점차 개인의 세밀한 시각으로 세계화와 대량 소비주의의 세계를 아마존의 물류 창고를 통해 보여주거나(〈아마존〉),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이민자들의 모습(〈고가도로〉을 하나의 현대예술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이후 광고, 영화, 음악, 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부흥은 사진이 사실적 기록을 위한 것이 아닌 예술의 영역으로 확대되도록 촉진시켰다. 포토그래퍼들은 20세기 초 다양한 예술과 디자인 사조에서 사진 영역을 받아들이면서 각종 형식과 기법들을 활용하여 ‘피사체’를 통해 실험하기도 했다. 이처럼 각기 다른 분야와 맞물려 역사를 만들어 온 사진은, ‘상업성’ 혹은 ‘예술성’으로 양분되어 평가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사진을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하고, 인간의 심리와 감정의 복잡함을 탐구하면서 그 안을 들여다보기도 한다”고 정의한다. 우리가 사진을 감상할 때 개인적 취향에 국한한다면, 극히 일부만 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사진에 담긴 메시지를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면 사진 감상의 또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