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실에 토대를 둔 상상력에 대한 연구’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3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사회학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해방 전후를 재현하는 여성작가의 언술이 지닌 무의식적 상상력(최정희), 전쟁의 상상력과 미시적인 일상 서사의 관련성(강신재), 동화적 상상력을 경유한 전후 아동의 주체 형성(손창섭), 산업화 시기와 자연 파괴의 실상(이남희), 그리고 공공의 상상력을 통해 법문학의 가능성(공지영)에 대한 것이다. 2장은 서사 구성의 상상력을 중심으로 배치되었다. 이념(주제)과 예술(형식)의 융합을 지향한 창작방법상의 매개적 인물 설정의 관점으로 이기영의 초기소설을 읽고, 액자구조와 수수께끼 기법으로 이청준 소설을 살폈으며, 서사와 묘사의 상호작용을 통해 한창훈 소설의 변화된 지점을 바라보고, 상상력의 기원과 분화를 통해 2000년대 소설의 지형을 그려보았다. 3장은 근대를 성찰하고 근대 이후를 가능케 할 대안적 상상력에 대한 것이다. 근대인의 초상과 치유의 윤리를 환기하는 신화적 상상력(오정희), 체험과 성찰을 통해 윤리적 개인을 대면하게 하는 시원적 상상력(이문구), 타자를 치유할 소설적 역할을 강조하는 상상력, 망각된 타자를 기억하고 이해하기 위한 역사적 상상력(김탁환ㆍ신경숙)이 그것이다.
[ 저자서문 ]
세 개의 장에 담긴 상상력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각 장 모두 ‘현실’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어 중첩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작품은 각기 고유한 상상력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빛이 파장에 따라 굴절과 분산의 배열순서가 다른 것처럼, 현실에 토대를 둔 상상력에 관한 연구는 작품을 깊고 다양하게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 점이 표제를 ‘한국소설과 상상력의 스펙트럼’으로 정한 이유이다.